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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리마저 흔들렸다 스포츠카 EV 전환의 진짜 난관

운영자 by 운영자
2026년 05월 27일
in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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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리의 전동화 야심, 첫 순수 전기차 ‘루체’ 혹독한 데뷔

세계적인 명차 브랜드 페라리가 야심 차게 공개한 첫 순수 전기차 ‘루체(Luce)’가 시장의 싸늘한 반응과 함께 주가 하락이라는 쓴맛을 보며 브랜드의 위신에 타격을 입고 있다. 브랜드 최초의 완전 전기 구동계, 첫 5인승 모델, 그리고 60만 달러(약 8억 원)를 호가하는 첫 양산형 전기차 등 수많은 ‘혁신’을 앞세웠음에도 불구하고, 대중과 전문가들의 평가는 싸늘하기만 하다. 특히 애플의 전설적인 디자이너 조니 아이브 팀까지 영입하며 전통적인 사내 디자인 기조에 변화를 줬음에도 불구하고, 루체의 외관 디자인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조롱의 대상이 되고 있어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번 루체 논란은 고성능 스포츠카 브랜드들이 브랜드 정체성 유지와 전동화라는 거대한 흐름 사이에서 얼마나 힘든 균형을 잡아야 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받는다.

전기차 승부수 ‘루체’, 기대 밖 시장 반응

지난 주말 루체 공개 직후, 파이낸셜타임스(F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경제 매체들은 이 차량에 대한 시장의 부정적 반응을 비중 있게 다루며 그 배경을 분석했다. 루체는 정지 상태에서 시속 60마일(약 96km)까지 2.5초 이내에 도달하고 최고 속도는 시속 190마일(약 306km)을 넘는 압도적인 성능을 자랑한다. 존 엘칸 페라리 회장은 “우리는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일을 해내고 싶었다”며 “차를 더 빠르게 만들고, 무엇보다 운전자가 정말 몰고 싶어하는 차를 만들고자 했다”고 언급했지만, 이는 대중을 설득하기엔 역부족이었다.

FT 보도에 따르면, 일부 소비자들은 루체를 “페라리 브랜드에 대한 모욕이자 지독히 실망스러운 결과물”이라며 맹비난했다. 심지어 훨씬 저렴한 대중 전기차인 닛산 리프와 디자인이 유사하다는 굴욕적인 지적까지 나왔다. WSJ가 만난 몬트리올의 한 부동산 사업가이자 페라리 오너는 “이 차의 40만~50만 유로(약 6억~7억 원) 가격을 어떻게 정당화할 수 있는지 믿기 어렵다”며 고개를 저었다.

공개 전 페라리가 제작한 홍보 영상 속 직원들조차 ‘예상 밖’, ‘놀랍다’는 식의 당혹스러운 반응을 보여, 사내에서도 평가가 엇갈렸을 것이라는 추측을 낳았다.

“페라리답지 않다” 이탈리아 현지 비판까지

이탈리아 안팎에서도 루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이탈리아 우파 성향의 마테오 살비니 교통부 장관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루체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는 “엄청난 가격(55만 유로)에 디자인은 말할 것도 없다. 무엇보다 페라리처럼 보이지 않는다. 이것이 혁신인가? 엔초 페라리가 뭐라고 했을지 궁금하다”며 신랄하게 비판했다.

20년 넘게 페라리를 이끌었던 루카 코르데로 디 몬테제몰로 전 회장 역시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그는 “우리는 전설을 파괴할 위험에 처해 있다”며 루체가 페라리의 상징인 ‘프랜싱 호스(도약하는 말)’ 엠블럼을 달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적어도 중국이 이 차를 모방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조롱 섞인 농담까지 던져 현지 분위기를 대변했다.

특히 애플의 최고디자인책임자(CDO) 출신 조니 아이브 팀이 공동 디자인에 참여했다는 사실은 논란에 불을 지폈다. 일부 소비자들은 밝은 하늘색 외관과 차체 비율을 두고 ‘애플카 같다’, ‘패밀리 전기차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시장의 반응도 냉담하여, 루체 공개 직후 페라리 주가는 하루 만에 8% 이상 급락했다.

스포츠카 브랜드의 딜레마: 전동화, 왜 어려운가

전기차(EV) 전환이 자동차 업계 전반의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되었지만, 초고가 스포츠카 브랜드들은 그 속도를 내지 못하거나 오히려 계획을 늦추는 경향을 보인다.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꿈’과 ‘감성’을 판매하는 이들 브랜드에게 내연기관 엔진이 선사하는 특유의 경험(엔진음, 진동, 폭발적인 가속감, 정교한 차체 밸런스 등)을 전기차로 완벽히 대체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무거운 배터리 팩은 차량의 무게 중심과 핸들링 특성을 변화시키고, 엔진 소음의 부재는 스포츠카 고유의 ‘감성적 경험’을 약화시킨다는 지적이 많다.

실제로 다수의 럭셔리 스포츠카 업체들은 전동화 전략을 재조정하거나 속도 조절에 나섰다. 포르쉐는 공격적인 전기차 전환 기조를 일부 수정, 내연기관 및 하이브리드 모델에 대한 투자를 재개했다. 람보르기니는 첫 순수 전기차 출시 시점을 늦추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전략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애스턴마틴 역시 첫 전기차 출시를 2030년대 초반으로 연기했으며, 맥라렌과 로터스 또한 전기차 확대보다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비중 강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반면 일부 업체는 제한적인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롤스로이스는 초고액 자산가 고객을 위한 맞춤형 전기차 개발에 몰두하고 있으며, 벤틀리 역시 첫 전기차를 준비하면서도 장기적으로 하이브리드 모델 판매를 병행할 계획을 밝혔다. 이는 각 브랜드가 처한 상황과 고객층 특성을 고려한 다양한 접근 방식을 보여준다.

페라리 ‘루체’의 사례는 단순한 신차 출시를 넘어, 전설적인 자동차 브랜드들이 미래 시대에 어떻게 자신들의 헤리티지를 지켜나가면서 새로운 기술을 포용할 것인지에 대한 복합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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