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체험학습, 교사 법적 부담 던다…교육부, 전방위 안전망 구축
정부가 수학여행을 비롯한 현장체험학습 중 발생하는 안전사고와 관련해 교원들이 겪는 법적 책임 부담을 대폭 경감하고 나섰다. 교육부는 이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인솔 교사의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없는 한 사고 발생 시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는 내용의 획기적인 지원 방안을 28일 발표했다. 경찰청 또한 학교 안전사고 수사 지침을 별도로 마련하며 교육 현장의 변화에 발맞출 예정이다.
교원 면책 범위 확대 및 법률 지원 강화
이번 대책의 핵심은 현행 ‘학교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에 관한 법률’ 개정을 통해 교원들의 면책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다. 기존에는 안전수칙 준수 여부에 따라 법적 책임 여부가 갈렸으나, 개정안은 학교장, 교직원, 보조 인력 등이 안전사고 관리 지침을 현저히 위반하는 등 고의나 중과실이 명백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민형사상 책임을 지지 않도록 명문화할 방침이다. 교육부는 국회와의 신속한 협의를 통해 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 내년 상반기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사고 발생 시 교사들을 위한 법률 지원 시스템도 대폭 강화된다. 교육청 전담팀이 즉시 사고 수습을 지원하며, 사고 초기 단계부터 전담 변호사를 지정해 법률 자문부터 소송 대응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포괄적인 지원을 제공할 예정이다. 이는 기존에 소송 이후에나 가능했던 법적 지원을 사고 직후로 앞당겨 교원들의 불안감을 해소하려는 취지다. 교원보호공제사업을 통한 소송비 및 배상책임 지원 금액도 상향 조정될 방침이다. 현재 17개 시도교육청에서 제공하는 소송 진행비(660만원) 및 배상책임 지원금(2억~2억5천만원)에 대한 추가 상향 조정도 논의 중이다.
현장 보조 인력 확충 및 안전 관리 시스템 개선
현장 안전을 강화하기 위해 보조인력 배치 기준도 개선된다. 현재 ‘학생 50명당 1명’으로 되어 있는 기준을 ‘학급당 1명’으로 확대하여 인력 부족 문제를 해소하고, 이들 보조 인력의 안전 전문성 향상을 위한 온라인 연수 과정도 개발한다. 소방청 등 유관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응급구호 역량을 갖춘 인력 확보에도 나설 계획이다. 교육당국은 약 5천 명 수준의 전국 보조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도 구축할 예정이다.
교원들의 행정 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안도 마련됐다. 전국 교육지원청에 현장체험학습 전담 인력을 배치하여 기존 교사가 담당하던 계약 체결, 보조 인력 섭외, 안전점검 등 제반 행정 업무를 지원할 예정이다. 현재 30명 수준인 전담 인력은 내년에 200명 이상으로 대폭 확충될 방침이며, 이는 모든 교육지원청에 최소 1명 이상이 배치될 수 있는 수준이다.
지방자치단체 및 유관기관과의 협력을 통한 현장 안전 점검도 강화된다. 제주, 경주 등 일부 지역에서 운영 중인 ‘안심 수학여행 서비스’를 전국으로 확대하고, 체험학습이 집중되는 봄·가을에는 교통안전 합동 현장점검 집중 기간을 운영할 계획이다. 또한, 민간 여행업체들이 숙식, 차량, 프로그램 운영은 물론 안전관리까지 책임지는 ‘패키지형 상품’을 개발하고 확산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독려하고 지원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한국여행업협회 등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하여 협조를 요청할 방침이다.
위축된 체험학습 활성화 기대…대통령 지시 후 급물살
이러한 종합적인 지원 방안은 최근 급격히 위축된 현장체험학습을 활성화하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반영한다. 실제로 지난해 조사 결과 대전(4.0%), 서울(7.7%), 경기(9.7%), 인천(13.6%) 등 주요 지역의 초등학교 수련회·수학여행 실시율은 매우 저조했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브리핑에서 “안전사고 책임 부담으로 체험학습 운영이 축소되는 상황을 타개하고, 선생님들이 가장 요구했던 면책 조항을 명확히 함으로써 체험학습 활성화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정책 마련은 지난달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요새 소풍도 안 가고, 수학여행도 안 가고 그런다더라”며 대책 마련을 지시한 이후 급물살을 탔으며, 교원단체, 학부모단체, 시도교육청 등 교육 공동체의 광범위한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쳤다.
일부 교원단체가 주장했던 ‘완전 면책’ 방안이 최종안에 포함되지 않은 배경에 대해서 교육부 관계자는 “교원을 최대한 보호하면서도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국회에서의 입법 가능성까지 종합적으로 숙고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사고 발생 시 모든 책임을 무조건 면제할 경우 학부모들이 이를 수용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도 신중하게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경찰청 또한 교육부의 법 개정 취지를 반영하여 학교 안전사고에 대한 새로운 수사 지침을 조만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명백히 범죄 성립이 어려운 학교 안전사고 사건의 경우 수사를 신속히 종결하는 등의 내용을 포함할 전망이다.
이처럼 현장체험학습 전반에 걸친 안전망 강화와 교원 부담 경감 조치가 시행될 경우, 위축되었던 학교 밖 교육활동이 다시 활기를 되찾고 학생들에게 더욱 풍부한 학습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