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관광 산업, 복합 위기 속 ‘고사 직전’… 외국인 방문객 절반 가까이 증발
미국 제재 강화, 연료난, 인프라 붕괴 겹치며 팬데믹보다 심각한 상황… 군사적 긴장 고조 우려도
한때 카리브해의 대표적인 관광 명소였던 쿠바가 전례 없는 관광 산업 붕괴 위기에 직면했다. 미국발(發) 제재 압박 심화와 만성적인 연료 부족이 맞물리면서 외국인 방문객이 급감했으며, 현지 관광업계에서는 팬데믹 시기보다 상황이 더 심각하다는 비명이 터져 나오고 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쿠바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서 올해 1분기 외국인 관광객 수는 약 29만 8천 명에 불과해 전년 동기 대비 48%라는 충격적인 감소율을 기록했다. 특히 통상 관광 성수기로 꼽히는 3월에는 불과 3만 6천 명만이 쿠바를 찾아, 이는 월평균 약 40만 명의 방문객을 유치하며 황금기를 구가했던 2017-2018년 수준과 비교하면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가깝다.
관광업은 한때 쿠바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국내총생산(GDP)의 약 8%를 차지하며 수십만 명에게 생계를 제공하고 국가의 주요 외화벌이 창구 역할을 수행해왔다. 이처럼 핵심 산업의 기반이 흔들리면서, 전문가들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쿠바 경제 전반에 막대한 후폭풍이 불가피할 것으로 경고하고 있다.
이러한 관광업 붕괴의 주요 원인으로는 미국의 대(對)쿠바 압박 강화와 심화되는 연료난이 지목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행정부는 올해 1월 베네수엘라의 마두로 정권 축출을 시도하면서 쿠바에 대한 제재 강도를 높였고, 이는 베네수엘라산 원유 공급을 사실상 차단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그 여파로 쿠바 전역에서는 만성적인 전력 공급 불안정(정전), 대중교통 마비, 그리고 주요 국제선 항공편 축소 등의 문제가 연쇄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에어프랑스와 에어캐나다 등 주요 항공사들은 자국으로 돌아갈 연료 확보의 어려움을 이유로 쿠바 노선 운항을 중단했다. 스페인의 항공사 월드2플라이(World2Fly) 또한 이달 마드리드-아바나 노선 운항을 종료하며 이러한 추세에 동참했다. 항공편이 급격히 줄면서 쿠바 여행은 멕시코 등 제3국을 경유해야 하는 불편하고 시간 소모적인 여정이 되어버렸다. 이뿐만 아니라, 현지 관광업계 관계자들은 넘쳐나는 쓰레기, 극심한 식수난, 그리고 악화된 보건 시스템 등 기본적인 인프라 문제까지 겹치면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쿠바 방문 자체를 망설이는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수십 년간 쌓아온 관광 인프라와 명성이 한순간에 무너져 내리는 상황 속에서 현지 업계는 생존의 기로에 서 있다. 아바나에서 호텔을 운영하는 이탈리아 사업가 안드레아 갈리나 씨는 과거 80%에 달했던 객실 점유율이 20%, 심지어 5%까지 추락했다며 “코로나19 팬데믹 당시보다 상황이 더 나쁘다”고 참담함을 토로했다. 쿠바 관광업체 캐리비안 투어스의 사라 포다 담당자 역시 “관광 산업이 이토록 급격히 붕괴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면서 “열악해진 인프라, 잦은 정전, 쌓이는 쓰레기 문제 등에 대한 부정적인 국제 언론 보도까지 겹쳐 치명타를 입었다”고 고백했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미국의 압박이 단순한 경제 제재를 넘어 군사적 단계로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는 것이다. 미 국방부는 수개월에 걸쳐 카리브해 일대에 병력과 무기를 대대적으로 배치했으며,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최종 승인만이 남아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마코 루비오 미국 상원의원은 최근 각료회의에서 “미국 해안에서 불과 90마일 떨어진 곳에 실패한 국가가 존재한다는 것은 명백한 국가 안보 위협”이라고 발언하며 쿠바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처럼 복합적인 위기 요인들이 맞물리면서, 과거 번성했던 쿠바의 관광 산업은 현재 회복 불능 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는 암울한 전망에 휩싸여 있다. ‘카리브해의 진주’라 불리던 쿠바가 과연 이 난국을 헤쳐 나갈 수 있을지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