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층, ‘투표권 훼손’ 논란에 독자적 연대…기존 정치 구호와 거리 두기
[서울=뉴스프리즘] 최근 6월 3일 지방선거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는 가운데, 일부 개표소 앞에서 벌어진 시위의 방향에 이의를 제기하며 ‘참정권 수호’라는 본질에 집중하려는 청년 중심의 새로운 움직임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형성되고 있다.
초기 시위는 투표용지 부족 문제에 대한 정당한 문제 제기에서 출발했지만, 점차 ‘선거 조작’ 주장이나 특정 정치적 구호들이 섞이면서 사태의 본질적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어 왔다. 이에 기존 정치권의 영향을 받지 않고 오직 시민의 참정권 보장을 요구하는 ‘제3의 목소리’가 독자적인 세력화를 시도하고 나선 것이다.
복수의 언론 보도와 온라인 커뮤니티 분석에 따르면, 지난 10일 유명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는 ‘참정권 갤러리’라는 새로운 게시판이 개설됐다. 이 갤러리는 특정 정당이나 이념에 치우치지 않는 시위 추진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게시된 공지글 외에도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통해 뜻을 함께하는 이들을 모으고 있으며, 개설 직후 230여 명의 참가자가 모이는 등 빠른 속도로 규모를 확장하고 있다.
이들이 스스로 명시한 ‘운영 기조’는 “참정권은 특정 정파나 계층을 넘어 모든 국민에게 보장되어야 할 헌법상 권리”임을 강조한다. 또한 “당파적 갈등과 분열 대신 헌법 수호의 정신으로 단결하여 6월 3일 지방선거 사태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행정부와 입법부를 규탄하고, 비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사법부의 정상화를 요구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내놓았다. 채팅방의 필수 규칙 또한 이러한 기조를 명확히 보여준다. ‘좌파·우파 색채 언어 금지’, ‘특정 정치인 비하 및 혐오 구호 금지’, ‘특정 국가 및 외국인 폄하 금지’ 등을 명시하며 위반 시 즉각 퇴장 조치하는 등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이들은 “참정권을 이야기하는 데 좌우가 있을 수 없다”는 분위기를 형성하고자 노력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움직임은 단순히 ‘참정권 갤러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정치 성향 없는 참정권 수호’를 표방하는 유사한 오픈채팅방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으며, 이번 사태의 핵심 당사자로 지목되는 선거관리위원회의 논란 보도를 주제별로 분류하여 아카이빙한 ‘참정권지킴위원회’와 같은 민간 웹사이트도 모습을 드러냈다. 또한 전국 대학가에서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규탄하는 성명과 대자보를 모아둔 ‘한 표의 기록’ 웹사이트 등이 개설되어, 대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독자적인 논의 창구가 활성화되는 배경에는 기존 시위가 본래의 순수성을 잃고 특정 세력의 주도로 과격화되면서, 참정권 침해라는 핵심 의제가 가려졌다는 인식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8일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서강대 한 학생은 “국민의 박탈된 참정권을 수호하기 위해 시작한 시위가 부정선거, 특정 정치인 구호 등을 외치며 변질되었다”고 지적하며 “더 이상 시위 참가자들이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있는지조차 의문”이라고 토로했다. 고려대 학생 역시 “투표용지 부족이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은 맞지만, 시위 방식이 무질서하고 폭력적이라 민주주의와 거리가 멀다”고 선을 그었다.
참가자들의 목소리에서도 이러한 우려가 감지된다. 대학원생 박모(26)씨는 “과격한 선거 조작 주장 때문에 선관위에 대한 정당한 지적마저 특정 정치 세력으로 몰리는 상황이 안타깝다”며 본질이 가려지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취업준비생 유모(27)씨는 “특정 정치 세력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있다면 참여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으며, 직장인 김모(27)씨는 “시위대의 과격한 행동이 오히려 선관위에 면죄부를 주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 역시 이러한 청년층의 자발적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박종희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젊은 세대 입장에서는 소중한 투표권이 침해받아 문제를 제기했는데, 기존 정치권이 개입하여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한다는 반발 심리가 작용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박 교수는 “정치 참여 경험이 많지 않은 젊은 세대가 이번 사태를 통해 느꼈던 황당함에 더해, 시위의 변질이라는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하게 된 것”이라며, “이들이 온라인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독립적인 목소리를 내는 것은 매우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이러한 청년층의 독자적인 움직임은 단순히 투표용지 부족 문제에 대한 반발을 넘어, 민주주의의 기본 가치를 재확립하고 특정 정치 세력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정치 참여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자 하는 시도로 해석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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