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평화 합의 초안 유출: 3천억 달러 재건 기금 및 동결 자산 해제 조율 난항 예고
미국과 이란이 수십 년간의 긴장 관계를 종식시킬 것으로 기대되는 중대한 합의의 윤곽이 드러났다. 스위스에서 조만간 체결될 예정인 양해각서(MOU)의 초안이 블룸버그 통신을 통해 외부에 공개되면서, 양국 관계의 새로운 지평이 열릴지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17일(현지시간) 14개 조항으로 구성된 이 문건을 입수하여 보도했으며, 오는 19일(현지시간) 공식 서명을 앞두고 있다고 전했다. 해당 초안은 영구적인 분쟁 해소와 이란 핵 프로그램에 대한 새로운 제한 조치 마련을 위한 후속 협상의 기초가 될 전망이다.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은 MOU 서명과 동시에 모든 군사적 대립을 즉시 그리고 영구적으로 끝내기로 합의했다. 이는 이스라엘과 친이란 무장 세력 헤즈볼라 간의 갈등이 지속되던 레바논 전선까지 포함한다. 양국은 서로의 주권과 영토 보전을 존중하고, 내정 문제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명확히 했다.
또한, 양측은 MOU 체결 후 최대 60일 이내에 최종 합의에 도달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하며, 필요시 상호 동의 하에 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이란 핵 문제와 같은 주요 쟁점들에 대한 본격적인 후속 논의를 예고하는 부분이다.
특히 이란 경제에 대한 포괄적인 보상 방안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어 눈길을 끈다. 이란의 원유 수출을 재개하고 동결 자산을 해제하는 것 외에도, 경제 재건을 위해 최소 3천억 달러(약 453조 원) 규모의 자금 지원을 보장하는 내용이 포함되었다. 미국은 MOU 발효와 동시에 이란에 대한 해상 봉쇄를 철회하고, 이란산 원유 및 석유화학 제품 수출을 전면 허용하기로 했다. 이는 원유 판매와 관련된 금융 결제, 해상 운송, 보험 서비스 등 광범위한 영역에 걸쳐 제재를 해제하는 것을 의미한다. 오랜 제재로 심각한 타격을 입었던 이란 경제에 이번 조치는 상당한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민간 투자 기금 형태로 조성될 것으로 알려진 3천억 달러 규모의 재건 자금은 이미 절반 이상이 출자 약정된 상태다. 한국, 일본,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그리고 미국 기업들이 주요 참여국으로 언급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 기금의 성격에 대한 논란이 제기된다. 비록 민간 투자 형식을 띠고 있지만, 실제로는 미국이 일으킨 전쟁에 대한 사실상의 ‘배상금’이 아니냐는 지적이 그것이다. 또한 미국이 동맹국들을 압박하여 막대한 자금을 마련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이란의 동결 자산 해제 역시 핵심 쟁점 중 하나다. 이란 측은 이 자산이 주로 미국 제재로 인해 해외 은행에 묶여 있던 원유 수출 대금이며, 최소 1천억 달러(약 151조 원)에 달한다고 주장해왔다. 이란은 MOU 서명과 동시에 이 자산이 즉시 해제되어야 한다고 요구했으나, 미국은 향후 합의 이행에 대한 보상으로 제공될 조치라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초안에는 “최종 합의를 위한 협상 진전 상황에 따라” 동결 자산을 해제하고 이란 중앙은행이 지정하는 용도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는 문구가 담겼다. 이처럼 모호한 표현은 향후 해석을 놓고 양측 간의 추가적인 갈등을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
한편, 미국은 최종 합의가 체결될 경우 30일 이내에 ‘이란 주변 지역’에 배치된 자국 군대를 철수할 것을 MOU를 통해 약속했다. 이란은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고, 호르무즈 해협의 기뢰를 제거하여 페르시아만과 오만해를 오가는 상선 운항을 전쟁 이전 수준으로 회복시키겠다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하지만 미국이 핵심적으로 다루고자 했던 이란의 우라늄 농축 문제 등은 향후 본 협상으로 미뤄졌으며, 최종 합의 전까지 이란의 핵 프로그램은 현 수준을 유지하기로 했다. 이로 인해 미국이 당장 얻는 실질적인 이득은 크지 않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번 양해각서 공개는 미국과 이란 간의 오랜 대립에 종지부를 찍고, 향후 이란 핵 프로그램에 대한 복잡한 협상의 서막을 알리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