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 ‘글로벌 미식 특구’로 변모…상반기 방한객 1천만 시대 맞아
서울, 대한민국 – 올해 상반기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수가 역대 최초로 1천만 명을 돌파하며, 서울의 대표적인 관광 명소 명동 거리가 국경을 초월한 ‘글로벌 미식의 장’으로 활기를 띠고 있다. 오후가 되면 200m에 달하는 노점 거리에는 전 세계 각지에서 온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으며, 한국 길거리 음식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고 있다.
지난 24일 수요일 오후 4시경, 명동 거리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활기찬 변신을 시작했다. 요란한 수레 바퀴 소리와 브레이크 밟는 ‘철컥, 탁!’ 하는 소리가 겹치며 노점 상인들이 하나둘 자리를 잡았다. 순식간에 늘어선 수십 개의 노점들은 산더미 같은 식재료와 함께 다국어 메뉴판을 펼치며 영업을 개시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거리는 영어, 중국어, 일본어, 스페인어 등 다양한 언어의 물결로 채워졌고, 해가 저물어 오후 7시가 되자 발 디딜 틈 없는 ‘작은 지구촌’이 완성되었다.
오감을 자극하는 K-푸드의 향연…”기대 이상” 탄성
명동의 길거리 음식 노점들은 최근 K-트렌드를 반영한 다채로운 메뉴들로 외국인 관광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매콤달콤한 불닭 소스 닭꼬치부터 새빨간 떡볶이, 영롱한 빛깔의 탕후루, 고소한 치즈 가리비구이, 신선한 과일 주스까지, 모든 메뉴가 오감을 자극하는 향연을 펼친다. 커다란 철판 위에서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진득한 고추장 양념과 지글지글 익어가며 고소한 향을 풍기는 모차렐라 치즈는 관광객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일등 공신이다.
매운맛에 연신 ‘쓰읍, 하’ 하며 숨을 몰아쉬면서도 떡볶이 컵을 놓지 못하거나, 끝없이 늘어나는 핫도그 치즈를 스마트폰 카메라에 담으며 환호하는 모습은 흔한 풍경이 되었다. 특히 이날 최고의 ‘씬스틸러’는 치즈 닭꼬치 매대였다. 상인이 토치 불을 켜 고기 위로 불기둥을 쏘아 올리자, 곳곳에서 “와우!” 하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너도나도 스마트폰을 들어 ‘불쇼’를 담기 바빴고, 상인의 재치 있는 영어 멘트에 웃음꽃이 피었다.
K-콘텐츠가 견인하는 국적 다변화…팬심 자극
이강수 명동 복지회 총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과 달리 K-콘텐츠의 영향으로 관광객 국적이 미주, 유럽, 남미 등으로 크게 확대되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K-팝 콘서트가 열리는 주말이면 해외 팬들이 미리 입국해 명동 투어를 즐기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15년간 명동에서 분식 노점을 운영해 온 박정수(37) 사장은 “과거에는 중국인 관광객이 대다수였지만, 이제는 동남아 관광객이나 방탄소년단(BTS) 팬들이 단체로 굿즈를 맞춰 입고 많이 찾는다”고 변화를 실감했다. 떡볶이 노점 직원은 “예전에는 유럽인들이 떡볶이를 몰랐는데, 작년부터 BTS 영향 덕분인지 거리낌 없이 떡볶이를 찾고 즐겨 먹는다”고 전했다. 핫도그 노점의 김모 씨 역시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핫도그 먹는 장면이 나온 이후로 미주와 유럽 관광객의 방문이 늘었다며 웃었다.
뉴욕에서 온 아자데 씨는 “진정한 한국 길거리 음식을 즐길 수 있어 흥미롭고 아름다운 곳”이라며 문어꼬치와 미니 김밥을 극찬했다. 브라질인 크리스티아니 씨는 “이번 여행 목표가 ‘다양한 길거리 음식 맛보기'”라며 전복구이, 구운 치즈, 한국식 옥수수 등을 언급했다. 특히 K-드라마에서 보던 전복이 “기대 이상으로 맛있었고, 제주 해녀를 떠올리게 해 한국 문화를 더 깊이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감탄했다. 그는 덜 맵게 해달라는 요청에 맞춰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었다는 점도 강조했다. 폴란드인 파트리치아 씨는 음식을 눈앞에서 만드는 과정을 보는 것이 특별한 경험이라고 말했고, 프랑스인 엠마 씨는 BTS 멤버들이 먹었던 ‘소떡소떡’을 먹다가 다른 아미(BTS 팬덤)를 만나 인사했다고 웃음을 지었다.
투명한 가격, 깨끗한 환경…재방문을 부르는 명동의 노력
명동 노점들이 관광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는 또 다른 비결은 ‘바가지요금 근절’과 ‘청결 유지’를 위한 선도적인 노력이다. 노점 매대 전면에는 대부분 메뉴 이름과 가격이 영어 등 여러 언어로 명확하게 표기되어 있다.
아자데 씨는 “메뉴판에 가격이 확실히 표시되어 있어 확인하기 편리했다”며 가족들에게 안심하고 한국 길거리 음식을 소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크리스티아니 씨도 “가격표 덕분에 환율 계산이 쉬웠고, 궁금한 점은 번역 앱으로 소통하며 해결할 수 있었다”고 미소 지었다. 명동 복지회 이 총무는 “코로나19 이후 다른 관광지에서 바가지 문제가 불거졌을 때 명동은 선제적으로 대응했다”며, 중구청과 협력하여 품목별 통일된 디자인의 공식 가격표를 제작, 배포하여 가격 투명성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명동 거리에서는 쓰레기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이는 노점상들이 관광객들의 쓰레기를 직접 수거하는 획기적인 시스템 덕분이다. 이 총무는 “각 노점에 50~60리터 규격 봉투를 비치하고, 다른 곳에서 나온 쓰레기까지도 적극적으로 받아주고 있다”며, “과거 위생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구청과 협의해 직접 쓰레기를 수거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거리가 훨씬 깨끗해졌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브라질인 카밀라 씨는 탕후루를 먹고 쓰레기를 버릴 곳을 찾을 때 노점 상인이 먼저 손짓하며 쓰레기를 받아주었던 경험을 언급하며 “쾌적하게 여행을 이어갈 수 있어 감동적이었다. 꼭 명동을 다시 찾고 싶다”고 말했다. 크리스티아니 씨 역시 “엄청나게 붐비는 세계적인 관광지에서 거리에 쓰레기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 놀라웠다”며, “상인들과 시민들의 높은 책임감이 매우 인상 깊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명동을 추천하는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깨끗함”이라고 강조했다.
이훈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명동 노점은 외국인 관광객에게 한국인의 일상을 체험하는 매력적인 관광 상품”이라며, K-드라마와 영화 속 장면을 직접 경험하려는 수요가 커지면서 노점상의 인기는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교수는 “가격표와 음식 사진 공개 외에도, 무슬림, 비건, 식품 알레르기 보유자 등 다양한 관광객들이 안심하고 길거리 음식을 즐길 수 있도록 원재료 표시를 강화하는 등 관광 경쟁력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