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대법원, ‘트랜스젠더 선수 여성 스포츠 출전 금지’ 주법 합헌 판단…파급력 주목
[워싱턴 D.C.] 미국 최고 법원인 연방대법원이 현지 시각 10월 30일, 트랜스젠더 학생들의 학내 여성 스포츠팀 참여를 제한하는 주(州) 법률이 합헌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는 트랜스젠더 개인의 권리와 스포츠 공정성 사이의 오랜 논쟁에 중요한 이정표를 제시하며, 전국의 유사 법안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웨스트버지니아주의 법규에 도전한 고등학생 베키 페퍼-잭슨(16세)과 아이다호주의 법규에 이의를 제기한 대학생 린제이 히콕스(25세)에게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보수 성향의 대법관들이 다수인 가운데, 재판관 9명 중 6명이 해당 주 법률의 손을 들어줬다.
2021년에 제정된 웨스트버지니아주의 법률은 ‘개인의 성별은 오로지 출생 시의 생식 생물학적 특성 및 유전학에 기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2020년에 마련된 아이다호주의 법은 ‘여학생을 위해 지정된 스포츠 종목은 남성으로 지정된 성별을 가진 학생들에게 개방될 수 없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대법관 다수 의견은 이러한 주 법률들이 모든 국민에게 법의 동등한 보호를 보장하는 헌법 제14조나, 교육 분야 내 성차별을 금지하는 1972년 교육개정법 제9편(Title Ⅸ)의 정신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을 내렸다. 이로써 하급심에서 이들 주법에 대해 트랜스젠더 학생들의 손을 들어줬던 판결은 뒤집히게 됐다.
이번 판결은 직접적으로는 소송이 제기된 두 개 주에만 효력을 미치지만, 유사한 법률이나 규제를 운영 중인 다른 27개 주에도 광범위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성소수자 권리 옹호 단체인 ‘MAP'(Movement Advancement Project)의 자료에 따르면, 텍사스, 플로리다, 노스캐롤라이나를 포함한 25개 주가 법률로, 버지니아와 알래스카 등 2개 주는 규정 또는 기관 정책을 통해 트랜스젠더 학생의 성 정체성에 따른(출생 시 성별과 다른) 운동 종목 참여를 제한하고 있다.
이 사안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고수해온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 판결을 ‘큰 승리’라고 환영하며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그 터무니없는 상황(트랜스젠더의 여성 스포츠 참여)은 이제 끝났다’고 선언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과거 ‘유권자 신분증 강화 법안’에 트랜스젠더의 여성 종목 출전을 금지하는 내용을 포함시켜 전국적으로 시행하려는 구상을 밝힌 바 있으며, 해당 법안은 하원은 통과했으나 상원에서 좌절되었다.
원고 중 한 명인 페퍼-잭슨은 사춘기 억제제와 호르몬 치료를 받으며 크로스컨트리, 투포환, 원반던지기 등 여성 스포츠 경기에 참가해왔다. 다른 원고인 히콕스 역시 호르몬 치료를 병행하며 여자 육상팀에 입단하려 했으나, 끝내 뜻을 이루지 못했다.
미국 언론들은 대법원의 보수적 성향을 고려할 때, 트랜스젠더의 학내 여성 스포츠팀 참여가 ‘여성의 안전’과 ‘공정성’을 침해한다는 주장을 이유로 원고 패소 판결이 나올 것이라고 예측해왔다. CNN 방송은 이번 결정을 ‘성소수자 운동이 겪은 중대한 좌절’로 평가하며, 대법원이 주 정부가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사춘기 억제제 및 호르몬 치료 등 트랜스젠더 의료를 금지할 수 있도록 허용한 지 1년 만에 나온 결과라고 덧붙였다.
이번 판결은 대법원의 최근 여러 관련 결정들과 궤를 같이 한다. 대법원은 작년에 트랜스젠더 청소년 대상의 성전환 치료를 금지하는 법률을 합헌으로 인정한 바 있으며, 올해 초에는 캘리포니아주가 트랜스젠더 학생에 대한 교내 보호 규정(부모 통지, 대명사 사용 등)을 요구하는 조치를 금지했다. 나아가 지난 몇 년간 트럼프 행정부가 시행했던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 금지 정책과 여권에 성 정체성 표기를 제한하는 조치 또한 대법원의 승인을 받았다. 이러한 일련의 판결들은 미국 사회 내 성소수자 권리 보호를 둘러싼 법적, 사회적 논쟁이 계속될 것임을 시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