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김어준,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혐의로 벌금 2천만원 선고…침묵 속 법정 떠나
[서울 = 신성욱 기자] 저명한 미디어 진행자 김어준(58) 씨가 전 채널A 기자 이동재 씨에 대한 허위 사실을 반복적으로 유포하여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진행된 1심 재판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김 씨의 발언 내용이 모두 거짓이며, 그가 이를 미필적으로나마 인지한 상태에서 비방의 의도를 가지고 발언했다고 결론 내렸다.
서울북부지방법원 형사14단독 강경묵 판사는 지난 14일 오후, 정보통신망법 위반(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을 포함한 김 씨의 모든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벌금 2천만원을 선고했다.
김 씨에게 제기된 혐의는 2020년 4월 19일부터 10월 9일까지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유튜브 채널 ‘다스뵈이다’에서 총 6차례에 걸쳐 발언한 내용에 근거한다. 그는 이 기간 동안 이동재 전 기자가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에게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에게 돈을 주었다고 거짓으로 제보하라”고 강요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으며, 이로 인해 이 전 기자의 명예가 훼손되었다는 것이 핵심이다.
강 판사는 이날 재판에서 김 씨의 공소사실이 모두 유죄라고 판단한 네 가지 주요 근거를 제시했다. 첫째, 검찰의 공소 제기가 ‘공소장일본주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았다는 점. 둘째, 김 씨의 발언은 단순한 의견 표명이 아니라 구체적인 ‘사실 적시’에 해당한다는 점. 셋째, 해당 발언 내용이 명백히 허위라는 점. 마지막으로, 김 씨가 자신의 발언이 허위임을 최소한 미필적으로나마 인지하고 있었다는 점 등이다.
재판부는 김 씨가 “당시 문제가 되었던 정치사회적 논평 과정에서 피해자의 부적절한 취재를 훈계하고 간략하게 의견을 표명한 것에 불과하다”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강 판사는 “피고인이 존댓말과 반말을 섞어 사용하는 방식으로 의견 표명과 피해자의 발언을 구분했다”며, 김 씨의 발언이 명백히 ‘사실 적시’였다고 판시했다.
발언의 허위성 여부에 대해 강 판사는 “피해자와 제보자 지모 씨 사이의 녹음파일 등 제출된 증거를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피해자가 수감 중이던 이철 전 대표에게 허위 제보를 요구하는 내용은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며, 김 씨의 주장이 거짓이라고 단언했다. 김 씨는 그동안 재판 과정에서 자신의 발언 내용이 허위임을 입증할 적법한 증거가 없다고 반박해왔다. 다만, 해당 녹음파일에는 이 전 기자가 이 전 대표에게 로비 제보를 권하며 경찰 수사 확대 가능성에 대한 자신의 예상을 언급하거나, 취재에 응하는 대가로 검찰과의 비공식적인 플리바게닝(유죄 협상)을 주선하겠다는 내용이 담겨있던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또한 김 씨가 발언의 허위성을 인식하고 있었으며, 이 전 기자를 비방할 목적 또한 있었다고 보았다. 김 씨가 당시 문제의 녹음 파일을 쉽게 얻을 수 있었고, ‘허위 제보 종용’ 논란의 여부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공작이다. 범죄 공모다”라고 언급한 것은 허위성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한 행위이며, 비방의 의도가 명백하다는 판단이다.
강 판사는 양형 이유를 설명하며 “범행 횟수가 적지 않으며, 이 사건으로 피해자가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피해자 측도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당시 논란이 된 수사 상황에 대한 논평 과정에서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허위 사실을 반복적으로 언급하며 여론 형성을 왜곡했다는 점에서 죄질이 불량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피해자의 취재 활동 일부에 부당한 측면이 있었다는 점도 참작되었다.
이날 재판을 마친 김 씨는 법원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 공세에도 일절 응하지 않았다. 그는 “선고 결과에 대한 입장”, “피해자에게 할 말 없는지”, “비방 목적을 인정하는지”, “허위 사실 유포에 대해 사과할 의향이 있는지”, “항소 계획은 있는지” 등 쏟아지는 질문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한 채 경호원들과 함께 차량에 탑승해 법정을 떠났다.
피해자인 이동재 전 기자는 자신의 소셜 미디어(SNS)를 통해 이번 판결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사건 발생 후 6년 반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비록 벌금형이지만, 재판부가 법과 원칙에 따라 피고인의 끊임없는 거짓과 선동에 철퇴를 내렸다는 점에 대해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또한 “아직도 허위 영상들이 유튜브에 남아있다”며, 김 씨가 자신뿐만 아니라 국민에게도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기자는 2022년 2월 김 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경찰은 같은 해 10월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불송치 결정을 내렸으나, 검찰의 재수사 요청 끝에 2023년 9월 사건이 송치되었다. 검찰은 2024년 1월, 이와 유사한 SNS 게시물을 올린 최강욱 전 의원의 2심 재판에서 명예훼손 혐의가 유죄로 인정된 점 등을 근거로 같은 해 4월 김 씨를 기소했다. 최 전 의원은 지난해 대법원에서 벌금형이 확정된 바 있다. 또한, 유튜브와 라디오에서 같은 취지의 발언을 한 황희석 전 열린민주당 최고위원도 올해 5월 1심에서 벌금 1천만원을 선고받았다.
한편, 지난 5월 김 씨의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징역 1년을 구형했다. 김 씨는 당시 SNS 내용을 그대로 읽었을 뿐 허위임을 인식하지 못했으며, 그동안 허위 사실로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지 않기 위해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왔다고 법원에 강조했었다. 아울러 이 전 기자는 허위조작정보 온라인 유통 방지를 위한 개정 정보통신망법이 시행된 지난 7일, 김 씨의 유튜브 콘텐츠를 신고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