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앱의 ‘그림자 영업 제한’: 음식점은 열려있는데 주문은 ‘준비 중’…플랫폼의 숨겨진 알고리즘, 소상공인과 라이더를 옥죄다
최근 한 언론 보도가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며 배달 플랫폼 생태계의 민낯을 드러냈습니다. 주요 배달 앱을 통해 음식을 판매하는 소상공인들이 겪는 ‘거리 제한’ 조치에 대한 심층 보도는, 음식점은 멀쩡히 문을 열고 있는데도 배달 앱에서는 ‘영업 준비 중’으로 표시되어 주문이 끊기는 현상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자영업자와 배달 라이더의 고충을 상세히 다루었습니다. 이 보도는 조회수 100만 회를 넘어서며 큰 반향을 일으켰지만, 사실 현장의 음식점주들에게는 너무나 익숙하고 고통스러운 현실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사장님만 몰랐던 ‘노출 반경 축소’의 실체
문제의 핵심은 배달 플랫폼이 특정 업체의 노출 반경을 임의로 줄이는 행위, 즉 ‘거리 제한 조치’에 있습니다. 기존 계약상 명시된 노출 범위(예: 반경 4km)를 플랫폼이 일방적으로 축소하여, 소비자의 배달 앱에서는 해당 식당이 마치 문을 닫았거나 영업을 중단한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것입니다. 실제로 과거 한 배달 앱의 경우, 입점 당시 반경 4km까지 주문을 받을 수 있었던 계약이 어느 날 갑자기 1km로 줄어드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했습니다.
반경 1km 바깥에 사는 소비자가 배달 앱을 켰을 때, 정상적으로 영업 중인 음식점이 ‘영업 준비 중’ 또는 ‘영업 종료’로 표시된다면 해당 음식점에 대한 주문은 당연히 불가능합니다. 소비자는 해당 식당이 정말로 영업을 하지 않는다고 오해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노출 반경 축소는 자영업자들에게 치명적인 타격으로 다가옵니다. 주문 가능 반경이 4km에서 1km로 줄어든다는 것은, 잠재 고객을 만날 수 있는 물리적 공간이 무려 16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하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특히 하루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저녁 피크 타임에 이러한 거리 제한이 집중적으로 적용되면서, 당일 매출은 급전직하하고 단골 고객 이탈과 신규 고객 유입 차단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대부분의 점주들은 이러한 변화를 전혀 인지하지 못한 채, 갑작스러운 매출 급감에 의아해하거나 고객의 문의 전화를 받고서야 상황을 파악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관리자 페이지나 POS 시스템에는 아무런 알림도 뜨지 않기 때문입니다.
소비자들의 놀라움, 그리고 공정위의 ‘불공정’ 판단
이러한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소비자들 역시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동안 ‘준비 중’으로 표시되었던 많은 식당들이 실제로는 영업 중이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어쩐지 특정 앱에서는 가게가 닫혀있고 다른 앱에서는 열려있더라니 그 이유를 이제야 알겠다”는 등의 반응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이는 비단 음식점주들만의 문제가 아닌, 배달 앱을 이용하는 모든 소비자의 불편과 오해로 이어지는 문제임을 보여줍니다.
이와 관련하여 플랫폼 측은 이용약관에 명시된 ‘주문 폭주, 악천후 등 비정상적인 배달 환경’ 조항을 근거로 이러한 조치를 정당화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해당 약관이 ‘불공정하다’고 판단, 시정 권고를 내렸습니다. 공정위는 배달 앱상 가게 노출이 플랫폼 이용 계약의 핵심이며, 노출 범위가 매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습니다. 비상 상황 시 일시적인 노출 범위 조정은 인정했지만, 특히 입점업체에 대한 사전 통지 절차가 미비하여 업주들의 예측 가능성을 침해한다는 점을 문제 삼았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권고’는 강제성이 없어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공정위는 거리 제한 조치 자체를 막지 않았으며, 현장에서의 ‘일시적’이거나 ‘악천후’ 상황인지에 대한 면밀한 검토도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결과적으로 많은 음식점주들은 여전히 불투명한 거리 제한 조치로 인해 고통받고 있다고 토로합니다.
‘라이더 부족’이 아닌 ‘적정 단가 부족’ 문제
배달 앱 측은 이러한 조치의 배경으로 ‘라이더 수급의 어려움’을 언급하지만, 현장 반응은 사뭇 다릅니다. 많은 라이더와 관련 종사자들은 ‘라이더 부족’이 아닌 ‘적정 배달 단가 부족’이 핵심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플랫폼이 자체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배달 단가를 인하하고, 이로 인해 라이더들이 콜 수락을 주저하면서 벌어지는 현상이라는 것입니다.
과거에는 피크타임에 탄력적으로 운임을 인상하여 라이더들을 유인했으나, 이제는 단가를 올리지 않거나 먼 거리 주문을 차단하는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게다가 ‘미션’과 같은 추가 보상 제도를 축소하면서 라이더들의 실질 소득은 더욱 줄어들고 있습니다. 현재 근거리 배달 운임은 2천 원대 초반까지 내려왔고, 여러 건을 묶어 배달하는 경우 건당 1천 원대 심지어 7백 원대까지 등장합니다. 유류비 등 제반 비용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배달 운임은 오히려 하향 평준화되는 ‘역주행’ 현상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라이더들은 수익성이 낮은 콜을 기피하게 되고, 결국 장기 미배차로 인한 주문 취소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이때 플랫폼은 책임에서 벗어나고, 취소된 주문의 음식값은 고스란히 음식점주의 몫이 됩니다. 음식점주, 라이더, 소비자 모두가 불편을 겪거나 손해를 보는 구조입니다.
플랫폼 수익 극대화를 위한 ‘거리 제한’ 전략?
만약 정말로 라이더 수급이 문제라면, 적절한 운임을 지급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플랫폼은 노출 거리 제한을 통해 단거리 주문 위주로 운영하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이는 플랫폼이 직접적인 해명을 내놓지 않는 이상, 현장의 증언들을 통해 추론할 수밖에 없는 부분입니다.
한 주요 배달 플랫폼은 음식점으로부터 건당 3,400원 상당의 배달료를 수취합니다. 반면 라이더에게는 거리에 따라 차등을 두어 지급하는데, 1km 내외의 단거리 주문은 2천 원대 초반(묶음 배달 시 1천 원대)까지 낮게 책정하는 반면, 장거리 주문에는 4천 원 이상을 지급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플랫폼 입장에서는 장거리 주문보다 라이더 운임이 적게 드는 단거리 주문이 많아질수록 건당 수익이 극대화되는 구조입니다. 전체 주문 건수가 줄어들더라도, 당장의 영업 이익을 늘릴 수 있는 전략으로 풀이될 수 있습니다.
불투명한 알고리즘과 비대칭적 권력의 문제
이러한 거리 제한 조치는 단순한 ‘통지 미비’ 차원의 문제를 넘어섭니다. 배달 플랫폼은 음식점주와 라이더 양쪽에 대해 비대칭적인 권력을 행사합니다. 한쪽에서는 음식점의 노출과 주문을 전적으로 통제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라이더의 일감과 임금을 자의적으로 통제합니다. 계약의 핵심 조건들이 불투명한 알고리즘에 의해 수시로 변동됨에도 불구하고, 그 작동 방식은 전혀 공개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플랫폼은 언제든 자신들의 비용을 음식점주와 라이더에게 전가할 수 있는 위치에 있습니다.
현재 배달 플랫폼 생태계의 현장 상황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습니다. 음식점주들은 배달 앱 외에 뚜렷한 대안이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버티고 있으며, 라이더들은 낮은 단가로 인해 최소한의 생활비조차 벌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플랫폼의 자의적인 권한 남용을 단호히 규제하고, 공정한 수수료 상한선과 라이더 최저 임금 기준 마련 등 실효성 있는 정책적 개입이 절실합니다. 투명하고 공정한 플랫폼 생태계 조성이야말로 소상공인과 라이더, 그리고 소비자 모두에게 이로운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필수적인 과제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