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전문가의 의회 진출: AI 정책, 입법으로 완성되나? 성공의 열쇠는 ‘정치적 역량과 태도’
[기사 요약] 전 청와대 AI 전략을 이끌었던 하정우 전 AI수석이 정치 무대로 나선다. 정책 구상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이를 현실의 법과 제도로 구현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며, 업계와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그의 의회 진출은 한국의 AI 전략이 계획 단계를 넘어 제도적 실현 단계로 전환되는 중요한 순간으로 평가받지만, 성공 여부는 기술적 역량만이 아닌 정치적 감각과 태도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전 청와대에서 국가 인공지능(AI) 전략의 큰 그림을 그려왔던 하정우 전 AI수석이 마침내 의회 진출을 선택했다. 이는 단순한 정계 입문을 넘어, 고안된 정책들을 실제 작동하는 법과 제도로 구현하려는 의지의 표명으로 해석되며 많은 시선이 쏠리고 있다. 정책의 밑그림을 그리는 자리에서 벗어나, 그 그림을 현실에 옮겨 심는 입법의 장으로 무대를 옮기겠다는 그의 결정은, 현장에서는 정책과 현실의 간극을 메우려는 시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 전 수석은 최근 개인 소셜 미디어를 통해 “글로벌 AI 강국 실현과 미래 세대를 위한 더 나은 환경 조성을 위해 부산으로 향한다”는 포부를 밝혔다. 짧은 문장이지만 이는 이론적 설계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정책을 집행하겠다는 그의 확고한 의지를 보여준다. 해당 게시물은 단 하루 만에 수천 건의 ‘좋아요’와 지지 댓글을 받으며 정보기술(IT) 분야의 뜨거운 관심을 방증했다.
물론 그의 행보에 대한 시선이 전적으로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일부에서는 ‘씁쓸한 변신’이라는 비판적 목소리도 나온다. AI 3대 강국이라는 국가적 목표가 중요한 시점에, 핵심 정책 입안자가 정계로 이동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잠재 성장률 둔화 속에서 AI가 경제의 주요 동력임을 감안할 때, 그의 부재에 대한 우려는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이러한 우려를 곧바로 부정적으로만 해석하기는 어렵다. 현재 정부에는 하 전 수석 개인에게만 의존하지 않아도 AI 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할 수 있는 인력 저변이 마련되어 있다. LG AI연구원 원장을 역임한 배경훈 부총리 등 산업과 기술을 동시에 이해하는 전문가들이 정책의 연속성을 뒷받침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정책의 지속성이 특정 인물이 아닌 시스템적 구조로 확보되는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의미한다.
무엇보다 AI 정책의 본질적 특성이 변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제 AI 경쟁의 핵심은 단순히 기술 개발을 넘어선다. 데이터 거버넌스, 고성능 컴퓨팅(GPU) 인프라 투자, 세제 지원, 인재 확보에 이르기까지, 결국 성공 여부를 판가름하는 것은 법률과 제도다. 그동안 한국은 행정부 주도로 AI 전략을 빠르게 수립해왔지만, 현장에서는 “정책의 속도가 체감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는 법제화 과정이 행정부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AI와 웹3 융합 시대에 ‘가상자산거래소 대주주 규제’ 같은 기존 규제들이 신기술 혁신과 마찰을 빚으며, AI 강국 정책과 입법 간의 불일치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이러한 맥락에서 하 전 수석의 의회 진출은 단순한 ‘이탈’이 아닌 ‘확장’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 그가 밝혔듯이 “이론가에서 실현가로 나아가겠다”는 선택은, 청와대에서 구상한 AI 정책의 밑그림을 입법부에서 현실로 완성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국회 자체의 구조적 취약점이다. 과학기술 및 정보통신기술(ICT) 분야를 다루는 상임위원회조차 관련 전문성이 충분한 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은 오랜 고질적 문제였다. 현재 국회 내에서 기술 기반 이해도가 높은 인사로는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 출신의 황정아 의원, ‘소프트웨어 마에스트로’ 사업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이준석 전 대표, 구글 본사 프로젝트 매니저(PM) 출신의 이해민 전 의원 등이 꼽히지만, 이들 역시 소수에 불과해 기술을 이해하는 입법자 저변이 여전히 미흡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술 이해도가 높은 인물이 의정 활동에 직접 참여하는 것은 정책과 기술 사이의 간극을 줄이는 의미 있는 소통 채널이 될 수 있다. 다만, 정치의 문법은 다르다. 최근 불거진 하 후보의 ‘악수 후 손 털기’ 논란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하 후보 측은 과도한 해석이라는 입장이지만, 유권자와의 접촉 과정이 논란으로 비화된 사실 자체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치는 정책 성과만으로 평가받지 않는다. 태도와 공감대 형성, 그리고 상징성이 함께 작동하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기술 전문가는 물론, 오히려 더 높은 수준의 사회적 공감 능력과 정치적 판단력이 요구된다. 정책의 합리성만큼이나 그것을 대중에게 전달하는 방식 또한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정우 전 수석의 의회 진출은 개인의 진로 선택을 넘어선다. 이는 한국 AI 전략이 ‘계획’ 단계에서 ‘제도적 구현’ 단계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나타난 중요한 장면이다. 그러나 그 성공 여부는 첨단 기술력만이 아니라, 정치적 역량과 유권자에게 다가가는 태도에 달려 있다. 최종 판단은 해당 지역 유권자들의 몫이다.
—
[사진 설명] 지난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인재영입식에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중앙)가 하정우 전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왼쪽)과 전은수 전 청와대 대변인(오른쪽)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