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증하는 무동기 범죄의 그림자: 강력한 대책에도 꺾이지 않는 공포, 사회 구조적 문제 진단 시급
연이은 흉악 범죄로 인해 우리 사회는 불특정 다수를 향한 공격에 대한 불안감에 휩싸여 있습니다. 특히 지난 8일 발생한 광주 여고생 살인사건은 아무런 연고도 없는 타인을 대상으로 한 ‘무동기 범죄’의 심각성을 다시 한번 일깨웠습니다.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던 시민들은 언제 어디서 자신에게 예측 불가능한 불행이 닥칠지 모른다는 공포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20대 직장인 박 모 씨(가명, 27세)는 “길을 걷는 것이 두렵다”고 솔직한 심경을 토로했습니다. 그는 “갑작스러운 공격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막막하다. 흉기를 든 괴한에게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며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이는 시민들이 느끼는 근원적인 불안감을 대변합니다. 무방비 상태에서 예측 불가능한 공격에 직면했을 때, 자신을 방어할 방법이 없다는 무력감이 사회 전반에 퍼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형태의 범죄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2023년 신림역 인근에서 한 30대 남성이 흉기를 휘둘러 사망자가 발생했고, 같은 해 분당 서현역에서도 유사한 흉기 난동으로 두 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2024년 은평구의 일본도 살인 사건, 지난해 미아동 마트 살인 사건, 그리고 대전 초등생 살해 사건 등 사회를 뒤흔들었던 끔찍한 사건들이 잇따라 발생하며 공포를 증폭시켰습니다.
정부는 이러한 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비상한 대책들을 발표해왔습니다. 2023년 8월, 경찰은 특별 치안 활동을 선포하고 유동 인구가 많은 250여 개 지역에 인력을 집중 배치하는 등 경계 태세를 강화했습니다. 같은 시기 행정안전부는 전국적인 폐쇄회로(CC)TV 확충을 추진했으며, 법무부는 지난해 보호관찰 대상자 중 잠재적 위험군을 선별하여 특별 관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상동기 범죄’는 눈에 띄게 감소하지 않고 있습니다. 2023년 46건, 2024년 42건, 그리고 올해 39건(집계 시점 상이할 수 있음) 등 매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며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됩니다. 광주 여고생 살인사건 이후 경찰이 순찰 강화와 거동 수상자 검문검색을 다시금 강조했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과연 이러한 전통적인 방식이 이번 사건의 피의자 장 모 씨(24)와 같은 유형의 범죄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었을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전문가들은 일면식 없는 대상에게 분노를 표출하는 ‘이상동기 범죄’의 본질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범죄의 이면에 숨겨진 ‘사회적 분노’에 주목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강조합니다. 극심한 경제적 격차와 구조적인 불균형 속에서 파생된 절망감과 사회적 박탈감을 근본적으로 치유하지 않는 한, 유사한 사건은 언제든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입니다. 실제로 광주 사건의 피의자 장 씨는 경찰 조사에서 “삶이 무의미하다고 느껴 자살을 고민하다 범행을 결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2024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상동기 범죄 가해자의 63.1%(총 244명 중 154명)가 타인에게 분노를 전가하거나 별다른 이유 없이 분노를 표출하는 ‘만성 분노’ 유형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개인의 문제로만 치부할 수 없는 사회 구조적 요인이 깊이 연루되어 있음을 시사합니다.
백석대학교 경찰학과 김상균 교수는 “대부분의 무동기 범죄는 오랜 기간 쌓여온 좌절감과 실패감이 특정 계기를 통해 폭발한 결과”라며, “청년들의 취업난, 경제적 양극화와 같은 사회 구조적 문제가 이러한 분노를 부추겼을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는 “청년 실업, 빈곤, 이로 인한 우울증과 조현병 등 정신 건강 문제에 대한 사회 보건적 차원의 접근과 예방 노력이 필수적”이라고 역설했습니다.
일각에서는 범죄의 원인을 단순히 개인의 ‘이상 동기’로 규정하고 책임을 회피하려는 국가 기관의 태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습니다. 우석대학교 경찰행정학과 배상훈 교수는 “세상에 동기 없는 살인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상 동기’라는 표현 자체가 국가 기관으로서 무책임한 언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미국처럼 범죄자들의 행동 양식을 심층적으로 연구하고 매뉴얼을 구축하여, 범죄자의 진정한 동기가 무엇인지 범주화를 통해 밝혀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문제의 본질을 외면하지 않는 적극적인 진단과 분석을 촉구했습니다.
단순한 치안 강화만으로는 예측 불가능한 범죄의 그림자를 걷어낼 수 없습니다. 사회 전반의 불평등을 해소하고, 소외된 이들의 절망감을 치유할 수 있는 포괄적인 사회 안전망 구축과 구조적 변화가 시급한 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