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로 향하는 한국인 발길 폭발적 증가…MZ세대가 이끄는 ‘탈정치 여행’ 시대 개막
[OOO 기자] 최근 한국인들의 중국 방문이 전례 없는 활기를 띠며 새로운 관광 지형을 형성하고 있다. 특히 상하이가 핵심 목적지로 급부상하고 있으며, 이 현상의 중심에는 외교적 기류와 무관하게 경험과 콘텐츠를 중시하는 MZ세대의 ‘탈정치적 소비’ 경향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홍콩의 유력 언론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최근 한중 관계의 개선과 지리적 근접성 덕분에 중국을 찾는 한국인 관광객이 급증하고 있다는 주목할 만한 보도를 내놓았다. 중국 당국의 통계 분석 결과, 2025년 중국을 방문한 한국인은 약 316만 명에 달하며, 이는 전년 대비 무려 36.9%(약 85만 명) 증가한 수치다. 이로써 한국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줄곧 1, 2위를 지켜왔던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를 제치고 중국을 가장 많이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 국가로 등극했다.
이러한 가파른 성장세는 올해 들어서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지난 1월 중국을 찾은 한국인 수는 30만 3천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8.1%나 늘어났다. 현재 한국인에게 가장 사랑받는 도시는 단연 상하이다. 2025년 상하이를 방문한 한국인은 약 90만 9천 명으로, 전년(약 44만 6천 명) 대비 103.6%라는 경이로운 폭증을 기록했다. 상하이시 문화여유국은 올해 상하이를 찾는 한국 관광객이 42%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며, 1분기에만 약 27만 명의 한국인이 방문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같은 기간 베이징을 방문한 한국인이 약 50만 명으로 추산되긴 하지만, 상하이의 성장세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압도적이다.
상하이의 인기는 코로나19 사태 직전과 비교해 보면 더욱 확연히 드러난다. 2018년과 2019년 상하이를 찾은 한국인은 각각 68만 명과 66만 명으로 오히려 감소 추세를 보였다. 당시 중국 전체 방문 한국인 434만 명 중 상하이의 비중은 현재처럼 크지 않았다.
MZ세대, 상하이의 다채로운 매력에 매료되다
최근 한국인, 특히 MZ세대가 상하이를 선호하는 배경에는 이 도시가 가진 독특하고 다층적인 매력이 있다. 상하이는 중국을 대표하는 국제도시로서, 황푸강을 따라 늘어선 와이탄(外灘)은 19세기 말 서양 열강의 조계지로 번성했던 ‘동양의 월스트리트’ 풍경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고풍스러운 서양식 건축물들은 이국적인 정취를 물씬 풍긴다. 와이탄 맞은편 푸둥신구(浦東新區)에는 둥팡밍주탑을 필두로 거대한 마천루가 스카이라인을 형성하며, G2 강국으로 성장한 중국의 현대적 위상을 화려하게 보여준다.
MZ세대의 발길이 닿는 또 다른 핫플레이스는 우캉루(武康路)다. 19세기 프랑스 조계지의 핵심 지역이었던 우캉루는 가로수길을 따라 서양식 건물, 붉은 벽돌의 민가, 그리고 옛 양옥을 개조한 감각적인 카페와 빈티지 가게들이 조화를 이루며 독특한 유럽 감성을 자아낸다. 영화 《색, 계》의 촬영지로도 활용될 만큼 분위기 있는 이곳은 젊은층에게 특히 인기다.
전통적인 중국의 정취를 느끼고 싶다면 위위안(豫園)이 빠질 수 없다. 16세기에 조성된 강남 대표 정원인 위위안은 최근 중국의 ‘왕훙'(인플루언서)들이 사극 속 고전 미녀처럼 꾸미고 사진과 동영상을 촬영하는 트렌드를 만들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새하얀 얼굴에 강렬한 색조 화장, 긴 속눈썹, 붉은 입술, 그리고 화려한 중국 전통 의상으로 치장한 왕훙들의 모습은 아름다운 위위안을 배경으로 MZ세대에게 묘한 매력을 선사하고 있다. 한국의 배우 한가인과 개그맨 박명수 등 유명 연예인들까지 이 체험에 동참하며 관심이 더욱 고조되었다.
경험과 콘텐츠 중시하는 ‘탈정치화된 소비’ 선도
MZ세대는 중국이 표출하는 국가 이미지나 정치적 담론보다는 각 콘텐츠가 주는 감성적인 즐거움을 최우선으로 한다. 사회 저변에 깔린 반중 정서에 얽매이지 않고 중국 문화와 음식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며 ‘소비의 탈정치화’를 선도하고 있는 것이다. 마라탕과 탕후루를 넘어 최근에는 현지에서 유행하는 버터떡, 과일모찌, 밤티 말빵 등이 한국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데, 이는 중국을 여행한 MZ세대가 SNS를 통해 적극적으로 소개한 덕분이다. 중국 먹거리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서구 관광객들과는 확연히 다른 소비 행태를 보인다.
한국인들을 중국으로 유인하는 또 다른 요인으로는 무비자 정책, 풍부하고 저렴한 항공편, 짧은 이동 거리 등 편리성과 경제성이 꼽힌다. 중국은 2024년 11월부터 한국인에 대한 일방적인 무비자 정책을 시행하며 방문 문턱을 낮췄다. 한중 노선의 항공편은 하루 왕복 280여 편에 달하며, 일본 노선보다는 적지만 대부분 주요 항공사(FSC)가 운항하여 기내식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놀라운 점은 중국 국적 FSC의 항공권 가격이 한국 저비용 항공사(LCC)만큼 저렴하다는 것이다. 인천에서 상하이까지의 비행시간 또한 2시간 안팎으로 매우 짧아 부담 없이 떠날 수 있다.
전문가 진단: “정치 변수에도 과거 같은 충격은 없을 것”
이러한 한중 양국 간 관광 트렌드의 변화와 관련해 서정대학교 호텔관광과 강헌 교수(58)는 서면 인터뷰를 통해 심층적인 분석을 내놓았다. 강 교수는 포스코 중국법인 근무 경력과 경희대 관광학 박사학위를 바탕으로 서울관광재단 본부장, 서울시의회 문화체육관광 전문위원 등을 역임한 관광 전문가다.
강 교수는 코로나19 이전 중장년층 중심의 단체여행이 장자제와 같은 자연경관 및 역사유적 위주로 정형화된 코스를 선호했다면, 이제는 MZ세대가 주도하는 자유여행이 확산되면서 도시 관광, 음식 및 카페 체험 등으로 여행 목적이 변화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여행 상품’ 소비에서 ‘경험과 콘텐츠’ 소비로의 트렌드 변화를 의미하며, 상하이, 충칭 등 특색 있는 중국 도시들이 각광받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 관광객에게도 유사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강 교수는 지적했다. “중국인 관광객의 주력 역시 MZ세대로 젊어졌고, 개인화된 소비를 하며 정치를 소비와 분리하는 경향이 뚜렷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개별 여행을 선호하고 쇼핑보다 체험을 중시하며, 성수동, 연남동 등 한국의 감각적이고 트렌디한 공간을 찾아 나선다. 강 교수는 이들을 “한한령(限韓令)에 개의치 않고 K-팝, K-드라마, K-뷰티 등 자신이 선호하는 콘텐츠를 체험하기 위해 그 탄생지인 한국을 찾는 ‘소비의 탈정치화 세대'”라고 정의했다.
이러한 양국 관광의 변화가 향후 한중 관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 강 교수는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과거 한중 관광은 단체관광객 중심이었기에 정치적 변수에 매우 취약했지만, 이제는 관광객이 개별화되고 분산된 구조로 바뀌어 정치적 충격이 다시 찾아오더라도 과거처럼 한꺼번에 붕괴할 가능성은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탈정치화된 한중 MZ세대는 한중 관계를 상호 발전적인 방향으로 이끄는 핵심 동력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한국 MZ세대가 주도하는 중국 여행 트렌드는 단순한 관광객 증가를 넘어 양국 관계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으며, 미래를 위한 긍정적인 상호 이해와 교류의 밑거름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