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P 사파이어 2026, 물리적 AI의 시대를 열다: 전통 IT 기업, 로봇과 만나다
미국 올랜도 오렌지카운티 컨벤션 센터에서 지난 12일부터 사흘간 열린 SAP의 연례 콘퍼런스 ‘SAP 사파이어 2026’은 글로벌 IT 산업의 새로운 지평을 조명했다. 기업용 소프트웨어와 시스템 통합(SI) 분야에서 오랜 역사를 가진 IT 강자들이 이제는 로봇 기술과 인공지능을 결합한 ‘물리적 AI’ 분야로 보폭을 넓히며 미래 산업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특히 13일(현지 시간)에는 콘퍼런스 곳곳에서 물리적 AI 시연 행사들이 펼쳐지며 참관객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 행사를 주최한 SAP는 메인 전시장 중앙에 특별 체험관을 마련, 로봇을 활용한 ‘자율형 기업’의 비전을 구체적으로 선보였다. 가상의 축구 경기장 관리 시나리오를 통해 꾸며진 이 공간에서 SAP는 두 가지 유형의 로봇 시연을 통해 자동화된 미래 기업의 모습을 그려냈다.
보스턴다이내믹스 ‘스팟’: 시설 관리의 새로운 지평
체험관 한쪽 충전소에 고요히 잠들어있던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사족보행 로봇 ‘스팟’은 금속성의 삐걱임과 함께 기지개를 켜듯 몸을 움직였다. 접혔던 네 다리를 완전히 편 스팟은 지형의 굴곡과 직각 코너를 능숙하게 통과하며 약 3m를 이동했다. 이내 무언가를 감지한 듯 멈춰선 스팟은 몸체에 장착된 카메라를 특정 지점에 들이밀었다.
이날 스팟이 수행한 임무는 가상의 건물 누수 상황에서 수도관 파손 지점을 탐색하고, 내장 카메라로 이를 정밀하게 포착하는 것이었다. 이는 로봇을 시설 관리 업무에 투입하여 잠재적 위험을 사전 감지하고 효율적인 유지보수를 가능케 하는 시연으로, 시설 관리 로봇으로서의 스팟의 잠재력을 명확히 드러냈다.
에임보 로보틱스 ‘아니곤’: 물류창고의 효율을 높이다
특별 체험관 내 간이 물류창고 공간에서는 에임보 로보틱스의 세미 휴머노이드 로봇 ‘아니곤’이 쉼 없이 움직였다. 아니곤은 미리 정해진 바스켓을 들어 올려 약 2미터를 이동한 뒤 선반에 정확히 적재하는 작업을 끊임없이 수행했다. 이 시연은 창고 운영 및 물류 분류 과정에서 로봇의 활용 가능성을 시사하며, SAP가 로봇 학습 역량을 바탕으로 고객 기업의 자동화 전환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수 있음을 관람객들에게 강력히 각인시켰다.
후지쯔 ‘아말가메이션’: 제조 현장의 불량률을 잡다
일본의 주요 시스템 통합(SI) 기업인 후지쯔는 제조업 공정의 혁신을 가져올 AI 시스템 ‘아말가메이션(Amalgamation)’을 선보였다. 지난 1월 출시된 이 시스템은 현장 배포(엣지) 컴퓨터와 고해상도 카메라를 연동하여 비전 AI 모델을 가동하는 방식이다. AI 모델은 실시간으로 포착되는 영상 데이터를 분석, 정상 제품과 불량품을 자동으로 구별해낸다. 단순 분류를 넘어, 이 시스템은 정상품 및 불량품의 출하량을 집계하며 불량품 발견 시 관리자에게 즉각적으로 알림을 보내는 기능까지 갖췄다.
후지쯔는 전시 부스에 소형 컨베이어 벨트를 설치하고, 동일한 형태를 가졌지만 색상에서 차이를 보이는 병뚜껑들을 정교하게 인식하는 시연을 통해 아말가메이션의 뛰어난 불량품 검출 능력을 입증했다. 이는 제조 현장에서 인력 의존도를 줄이고 생산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잠재력을 보여줬다.
인포시스: AI 에이전트와 로봇의 협업
인도의 SI 기업 인포시스는 SAP의 인공지능 에이전트 ‘줄(Joule)’을 활용해 물류 로봇을 제어하는 혁신적인 시스템을 시연했다. 이 시스템에서 창고 내 물류 로봇이 특정 재고의 부족을 감지하면, 이를 중앙 관제 시스템에 즉시 보고한다. 줄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른 로봇에게 해당 재고품의 위치 정보를 전송한다. 정보를 받은 로봇은 재고품을 찾아 창고로 운반한 뒤, 정상적인 일상 업무로 복귀했음을 줄에게 보고하며 순환이 완료된다. 인포시스는 인공지능과 로봇 간의 유기적인 소통이 작업자와 관리자 사이의 복잡한 절차를 대폭 간소화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IT 기업의 물리적 AI 시장 도전, 협업 생태계로 진화
업계 전문가들은 전통적인 IT 기업들의 물리적 AI 시장 진출을 핵심적인 미래 동향으로 지목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기업, 시스템 통합(SI) 업체, 로봇 개발사는 물론, 실제 고객 기업까지 모두를 아우르는 광범위한 협업 생태계가 구축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칼 파르바흐 SAP 최고파트너책임자(CPO)는 “기술 혁신 속도가 워낙 빨라 고객사들이 어떤 지점에서 새로운 기술 도입이 필요한지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하며, “현장 배치 엔지니어(FDE) 모델처럼 IT 기업과 고객사가 긴밀히 협력하여 새로운 물리적 AI 사업 모델을 함께 구축하는 방식이 성공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SAP 사파이어 2026은 물리적 AI가 단순한 기술 시연을 넘어 실제 산업 현장에 적용되며 기업의 운영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미래를 예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