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삼성전자 노조 쟁의행위 제동…’글로벌 공급망 보호’ 명분으로 주요 업무 유지 명령
(수원) – 수원지방법원이 삼성전자가 자사 노동조합을 상대로 제기한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을 대부분 인용하면서, 예고된 노조의 총파업 계획에 중대한 제약이 가해졌다. 법원은 특히 반도체 생산의 핵심인 웨이퍼 변질 방지 및 안전 시설 유지 등 필수 업무에 평상시 수준의 인력과 운영을 확보하도록 명령했다. 이번 판결은 노조의 총파업 개시를 불과 사흘 앞두고 내려져, 향후 노사 관계와 막판 교섭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수원지법 민사31부(신우정 부장판사)는 지난 18일, 삼성전자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와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등 두 단체가 제기한 가처분 신청을 대다수 수용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쟁의행위 중에도 안전보호시설의 정상적인 유지·운영을 방해하거나 중단해서는 안 되며, 특히 반도체 생산 과정의 핵심인 설비 손상 방지 및 원료(웨이퍼) 변질 방지 작업을 평상시와 동일한 수준의 인력, 가동시간, 규모, 주의의무를 가지고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법원은 노조와 그 위원장들에게 시설 점거 행위, 잠금장치 설치, 근로자 출입 방해 행위를 엄격히 금지했다. 이를 위반할 경우 각 노조에 1일 최대 2억~3억원, 위원장에게는 1일 최대 2천만~3천만원의 간접강제금을 부과하겠다고 명시했다.
재판부는 이번 결정의 근거로 노동조합법 제38조 2항을 들었다. 이 조항은 쟁의행위 중에도 작업시설 손상이나 원료·제품 변질 방지 작업이 ‘정상적으로’ 수행되어야 한다고 규정한다. 법원은 ‘정상적’의 의미를 “특별한 변동 없이 평소와 동일한 상태”로 해석하며, 이 법의 취지가 사회경제적 손실을 최소화하고 쟁의 종료 후 신속한 업무 복귀를 가능하게 하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필수 보안 작업은 형식적 수행을 넘어 실질적으로 손상 및 변질 방지 목적을 달성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특히 재판부는 반도체 생산 공정의 특수성과 삼성전자의 세계 시장 내 위상을 심도 있게 고려했다. 초정밀 미세 장비로 이루어진 반도체 시설은 단 한 번의 손상에도 복구에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며, 이는 전 세계 반도체 공급망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독보적인 비중을 감안할 때, 설비 손상이나 원료 변질로 인한 생산 차질이 자동차, 가전, 정보통신 등 광범위한 관련 산업의 연쇄적인 생산 지연으로 직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잠재적 손해는 사후적인 금전적 배상으로는 회복 불가능한 ‘회복할 수 없는 손해’ 또는 ‘급박한 위험’으로 규정될 수 있다고 법원은 판단했다.
다만, 법원은 삼성전자 측의 가처분 신청 중 일부는 기각했다. 여기에는 노조가 조합원들을 상대로 파업 참여를 독려하거나 설득하는 과정에서의 ‘협박’ 사용 금지 요청, 소속 근로자 및 임직원에 대한 방해 금지 요청, 그리고 전국삼성노동조합 및 특정 위원장에 대한 시설 점거 금지 요청 등이 포함되었다.
노조 측은 이번 법원 결정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초기업노조의 법률대리인인 홍지나 변호사는 다가오는 21일 쟁의활동이 예정되어 있는 만큼, 판결 내용을 다투기보다는 ‘위법하지 않은 파업’을 준비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한편, 노조는 당초 오는 21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총 18일간 약 5만 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파업을 예고한 바 있다. 삼성전자 노사는 판결 당일 오전부터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성과급 지급을 둘러싼 마지막 조정 협상에 임하고 있다. 노조는 연봉 50% 수준의 성과급 상한 폐지와 영업이익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명문화할 것을 주장하는 반면, 사측은 업계 최고 수준의 보상을 약속하면서도 제도적인 상한 폐지에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