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준, 세 번 연속 금리 동결…인플레이션 우려 속 내부 이견 표출 및 리더십 교체 앞둬
워싱턴 D.C. –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인플레이션 압력과 경제 전망의 불확실성을 이유로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3.50%에서 3.75%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연준은 올해 들어 세 번째 연속으로 금리를 조정 없이 지켜내며, 지난해 단행했던 세 차례의 연속 인하 기조와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지난 29일(현지시간)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연준은 이 같은 결정을 발표하며, 현재의 고물가 상황과 중동 지역 정세 변화로 인한 높은 불확실성을 주요 배경으로 꼽았다. 특히 최근 국제 유가 급등세가 인플레이션 우려를 더욱 증폭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지표는 견조, 그러나 우려 상존
연준은 금리 동결의 배경에 대해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는 최근 글로벌 에너지 가격 상승을 부분적으로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최근 경제 지표들은 경제 활동이 견조한 속도로 확대되고 있음을 시사한다”면서도 “고용 시장의 일자리 증가는 평균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해 왔고, 실업률은 최근 몇 달간 큰 변동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는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경제 상황을 인정하면서도, 인플레이션의 고착화 위험을 간과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결정으로 한국(2.50%)과의 기준금리 차이는 상단 기준으로 1.25%p를 유지하게 됐다.
“정책 조정 준비”…향후 금리 인하 가능성 시사
연준은 장기적으로 최대 고용과 2%의 안정적인 인플레이션이라는 두 가지 목표 달성에 전념할 것임을 재확인하며,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유연한 입장을 시사했다. 성명은 “위원회의 목표 달성을 위협할 위험 요인이 나타날 경우, 적절히 통화정책 기조를 조정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잠재적인 금리 인하 가능성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34년 만의 최대 반대 의견 표출
이번 FOMC 회의에서는 이례적으로 4명의 위원이 통화정책 결정 성명에 반대 의견(소수의견)을 표명하며 주목을 받았다. 이는 1992년 10월 이후 34년 만에 가장 많은 수치로, 연준 내부의 통화정책을 둘러싼 복잡한 견해차를 여실히 보여준다.
‘트럼프의 경제 책사’로 불리는 스티븐 마이런 연준 이사는 홀로 0.25%p 금리 인하를 주장하며 현 결정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반면 베스 해먹, 닐 카슈카리, 로리 로건 이사 등 3명은 금리 동결 자체에는 동의했으나, 성명에 담긴 ‘완화적 기조’, 즉 향후 금리 인상보다 인하가 더 유력하다는 신호를 보내는 듯한 문구에 대해서는 이견을 제시했다. 이들은 연준의 향후 조치가 반드시 금리 인하로만 국한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보다 명확히 명시하기를 원했던 것으로 뉴욕타임스(NYT)는 보도했다. 여전히 높은 인플레이션과 고용시장 둔화 우려가 공존하는 상황에서, 연준 내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음을 방증한다.
파월 시대 저물고, 새로운 리더십의 시험대
이번 FOMC 회의는 제롬 파월 현 연준 의장이 의장으로서 주재하는 마지막 기자회견이 됐다. 파월 의장은 다음 달 15일 임기를 마치고 물러날 예정이며, 새로운 연준 지도부가 통화정책의 키를 잡게 된다.
후임으로는 케빈 워시 차기 의장 지명자가 유력시되고 있다. 워시 지명자에 대한 상원 은행위원회 인준안은 이미 가결되었으며, 상원 전체회의 표결을 거쳐 최종 인준이 확정된다. 다음 FOMC 회의는 6월 16~17일로 예정되어 있으며, 이 회의부터는 워시 지명자가 의장직을 수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기준금리 인하를 촉구하는 가운데, 신임 의장 체제에서 연준의 독립성이 어떻게 시험대에 오를지 관심이 쏠린다. 워시 지명자는 앞서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대통령들은 금리 인하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면서도 “연준의 독립성은 연준에 달려있다”고 말해 통화정책을 독립적으로 결정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워시 지명자가 취임 시 다른 이사들을 설득해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를 내비치며, 현 시점이 금리 인하의 적기라고 주장했다.
높은 인플레이션 압력과 고용 시장의 미묘한 변화, 그리고 새로운 리더십이라는 복합적인 변수들이 맞물리면서 연준의 향후 행보는 더욱 복잡한 방정식이 될 전망이다. 한편, 파월 의장은 의장직에서는 물러나지만, 2028년 1월까지 연준 이사로서 금리 결정에 대한 의결권을 계속 행사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