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기록적 폭염에 신음… 열차 마비·행사 취소, 인명 피해 속출
유럽 대륙이 전례 없는 폭염의 기세에 휩싸여 심각한 비상사태에 직면했다. 서유럽에서 시작된 뜨거운 열기는 중부 유럽까지 확산하며 곳곳에서 역사적인 기온 기록을 갈아치웠고, 이로 인해 교통 시스템 마비, 대규모 행사 취소, 심각한 인명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기록적인 고온 현상, 대륙 전역 강타
독일은 서부 자르브뤼켄에서 기온이 섭씨 41.3도까지 치솟으며 역사상 6월 최고 기온을 경신했다. 이는 2019년 7월 기록인 41.2도를 뛰어넘는 수치로, 독일 기상 관측 사상 6월에 40도를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바트크로이츠나흐(40.7도), 트리어(40.1도) 등 서부 지역 여러 관측소에서 40도 이상의 고온을 기록했으며, 총 147개 관측소에서 6월 최고 기온이 새로 쓰였다. 기상청은 유럽 전역의 열파가 동쪽으로 이동함에 따라 28일에는 동부 지역 일부 기온이 42도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러한 현상은 고기압이 뜨거운 공기를 가두고 저기압이 양쪽에서 이를 막아 그리스 문자 오메가(Ω)와 유사한 형태를 띠는 ‘오메가 열돔’ 현상 때문으로 분석된다.
스위스 또한 이틀 연속으로 6월 최고 기온 기록이 깨졌다. 바젤은 38.8도, 알프스 인근 부흐스는 37.8도를 기록했으며, 수도 베른은 이틀 연속으로 6월 관측 이래 가장 높은 36.0도에 도달했다. 벨기에 역시 35.3도까지 기온이 치솟아 사흘 연속 역대 최고 기온을 기록했고, 영국 일부 지역은 37.3도까지 올라 사흘 연속 6월 최고 기온 기록을 경신했다. 평소 여름에도 비교적 선선한 네덜란드는 이례적으로 적색경보를 발령하기도 했다.
인프라 마비와 대규모 행사 취소
맹렬한 폭염은 유럽 전역의 인프라와 사회 활동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 미치고 있다. 벨기에에서는 열차 고장이 속출하며 유럽 주요 도시를 연결하는 유로스타 운행이 차질을 빚었다. 쾰른발 파리행 열차가 기술적 문제로 멈춰 서 승객 400명이 불편을 겪었으며, 파리발 암스테르담행 열차도 전력 공급 문제로 운행이 중단되는 일이 발생했다. 독일 아우토반 일부 구간은 열기로 노면이 갈라져 폐쇄되었고, 튀링겐 주 정부는 제설차를 동원해 도로에 물을 뿌려 열기를 식히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스위스 베츠나우 원자력발전소는 아레강의 냉각수 온도가 25도를 넘자 강으로 재방류 시 생태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원자로 가동을 일시 중단하는 극단적인 조치를 취했다.
주요 야외 행사는 줄줄이 취소되거나 연기되었다. 독일에서는 마라톤 대회, 아마추어 축구 경기, 성소수자 축제 등이 대부분 취소되었다. 벨기에에서는 매년 수백 명이 참여해 역사 애호가들의 이목을 끌었던 워털루 전투 재연 행사가 안전상의 이유로 불발되었고, 네덜란드의 유명한 데프콘 테크노 음악 축제도 열리지 못하게 되었다. 프랑스 파리에서는 경찰의 결정에 따라 성소수자 행진 ‘파리 프라이드’가 취소됐다. 런던의 대표적 관광 명소인 타워브리지는 방문객과 직원 안전을 위해 임시 폐쇄됐으며, 박물관들도 일부 전시실 운영을 중단했다. 독일 연방의회도 관광객이 많이 찾는 옥상 유리돔을 주말 동안 닫기로 결정했다.
인명 피해 속출, 공중보건 위기 심화
이번 폭염으로 인한 인명 피해 또한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프랑스 스포츠부 장관은 더위를 피하려 강이나 호수에 뛰어들었다가 변을 당한 익사자가 55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독일 베를린과 영국 잉글랜드 중부에서도 10대 청소년들이 수영 중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더욱 비극적인 것은 프랑스에서 4명의 어린이가 뜨거운 차 안에 방치되어 사망했다는 사실이다. 18개월 영아가 마르세유에서, 2세와 4세 어린이가 프랑스 남부에서, 3세 남아는 파리에서 폭염으로 인한 열사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스페인 카를로스 3세 보건연구소는 지난 21일 이후 폭염과 관련된 사망자가 327명에 이른다고 발표하며 공중 보건 위기의 심각성을 일깨웠다. 프랑스 파리 병원들은 온열 질환 관련 응급 환자 급증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런던 구조 당국은 긴급 구조 요청 전화가 평소보다 50% 늘었다고 전했다. 영국에서는 폭염과 더불어 산불 발생, 그리고 북부 지역에 폭풍과 홍수 예보까지 겹치면서 극심한 기상 이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