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수출, AI 붐에 힘입어 4월 역대급 실적 달성…무역흑자도 두 달 연속 200억 달러 돌파
서울, 대한민국 – 전 세계적인 지정학적 긴장과 불안정한 국제 경제 상황 속에서도 한국의 수출 부문이 지난 4월 놀라운 회복력과 성장세를 과시하며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월간 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인공지능(AI) 기술의 확산이 촉발한 반도체 수요 폭증이 이러한 성과를 견인했으며, 석유 제품의 가격 상승 또한 힘을 보태면서 한국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산업통상부가 1일 발표한 4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총수출액은 858억9천만 달러에 달하며 전년 동월 대비 무려 48.0% 급증했다. 이는 3월의 역대 최고 기록인 866억 달러에 이어 사상 두 번째로 높은 수치이며, 월간 수출액이 800억 달러를 넘어선 것이 두 달 연속 이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 월 700억 달러 달성조차 어려웠던 상황을 고려할 때, 이는 전례 없는 성과로 분석된다. 한국 수출은 지난해 6월부터 11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성장세를 이어가며 견고한 상승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조업일수를 감안한 일평균 수출액 또한 35억8천만 달러로 48.0% 증가했으며, 3개월 연속 30억 달러를 상회하는 기염을 토했다.
수입은 621억1천만 달러로 전년 대비 16.7% 증가했으나, 수출의 압도적인 증가세 덕분에 4월 무역수지는 237억7천만 달러의 대규모 흑자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흑자 규모가 189억7천만 달러나 확대된 것으로, 역대 4월 실적 중 최고치에 해당한다. 한국은 2023년 2월 이후 15개월 연속 무역수지 흑자를 이어가며 안정적인 무역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반도체, AI 열풍 타고 ‘수출 효자’ 입증
이번 수출 실적의 최전선에는 단연 반도체가 있었다. 4월 반도체 수출액은 319억 달러를 기록, 전년 대비 173.5%라는 폭발적인 성장률을 보였다. 이는 지난 3월의 328억 달러에 이어 월간 수출액으로는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이로써 반도체는 두 달 연속 300억 달러 선을 돌파했으며, 13개월 연속으로 해당 월 기준 역대 최고 실적을 경신하는 기록 행진을 이어갔다.
이러한 반도체 수출 급증은 전 세계적인 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른 고대역폭메모리(HBM), DDR5, 낸드플래시 등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1년 전과 비교해 DDR4 8Gb의 고정가격은 870%, DDR5 16Gb는 662%, 낸드 128Gb는 766% 각각 치솟으면서 전체 수출액을 밀어 올리는 핵심 동력으로 작용했다.
AI 인프라 확장이라는 긍정적인 파급효과는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를 포함한 컴퓨터 수출에도 영향을 미쳤다. 컴퓨터 수출은 515.8% 급증한 40억8천만 달러를 기록하며 두 달 연속 월별 역대 최고 실적을 갈아치웠다. 무선통신기기 수출 역시 신제품 출시 호조에 힘입어 11.6% 증가한 16억2천만 달러를 달성했다.
유가 급등에 석유 제품 수출액도 ‘껑충’
중동 지역의 긴장 고조로 인한 유가 급등은 석유 제품 수출에도 예상 밖의 영향을 미쳤다. 4월 석유 제품 수출액은 39.9% 증가한 51억1천만 달러를 기록했다. 다만, 수출 물량은 36.0% 감소했는데, 이는 국제 유가가 두바이유 기준 배럴당 105.4달러로 55.6% 상승하고, 석유 제품의 평균 수출 단가 또한 톤당 1천432달러로 118.5% 급등했기 때문이다. 물량 감소에도 불구하고 단가 상승이 수출액 증가를 이끈 독특한 사례다. 석유화학제품 수출액도 40억9천만 달러로 7.8% 늘었지만, 내수 공급 확대로 인해 수출 물량 자체는 20.9% 줄었다.
15대 주요 수출 품목 중에서는 선박(43.8%↑, 28억9천만 달러), 바이오헬스(18.6%↑, 16억1천만 달러), 섬유(3.8%↑, 9억5천만 달러) 등 8개 품목이 증가세를 보였다. 반면 자동차 수출은 61억7천만 달러로 5.5% 감소했는데, 중동 전쟁의 여파로 인한 물류 차질과 미국 현지 생산 확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전기차(23.0%↑)와 하이브리드차(8.6%↑) 등 친환경차 수출은 견조한 증가세를 유지했다. 일반기계, 철강, 자동차 부품,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가전 등은 수출이 감소했다.
주요 시장 수출 ‘청신호’, 중동은 ‘주춤’
지역별 수출을 살펴보면, 중국과 미국 시장에서의 성장이 두드러졌다. 대중국 수출은 반도체, 컴퓨터, 무선통신기기 등 IT 품목의 호조에 힘입어 62.5% 증가한 177억 달러를 기록하며 6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대미 수출 역시 반도체와 컴퓨터 등 관세 예외 품목을 중심으로 54.0% 급증한 163억3천만 달러를 달성했다. 아세안(64.0%↑, 154억1천만 달러)과 유럽연합(8.5%↑, 71억9천만 달러)으로의 수출 또한 반도체 등이 이끌며 증가세를 보였다. 반면 중동 수출은 물류 차질 등의 영향으로 25.1% 감소한 12억7천만 달러에 머물렀다.
수입 부문에서는 에너지 수입이 유가 급등의 영향으로 7.5% 증가한 106억1천만 달러를 기록했으며, 원유 수입액은 13.1% 증가한 70억 달러로 집계됐다. 비에너지 부문 수입은 18.8% 늘어난 515억1천만 달러였으며, 특히 반도체 장비(59.9%↑, 25억1천만 달러)와 컴퓨터(35.6%↑, 17억8천만 달러) 수입이 크게 늘어 국내 첨단 산업 투자가 활발함을 시사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이번 실적에 대해 “중동 전쟁 장기화라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두 달 연속 800억 달러 이상 수출과 200억 달러 이상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한 것은 이례적인 성과”라고 강조하며 “이는 전 세계적인 AI 투자 확대와 유가 상승에 따른 단가 상승 기회를 우리 기업들이 선제적인 공급망 확보와 경쟁력으로 활용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김 장관은 “주요 품목 경쟁 심화와 중동 전쟁 발 원재료 수급 불안정 등 수출 변동성 확대 우려가 상존한다”며, “정부는 마케팅, 금융, 보험 지원 및 수출 시장 다변화 정책을 통해 기업들의 부담을 최소화하고, 적극적인 통상 네트워크를 활용해 원유, 나프타 등 대체 물량을 확보하여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