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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정치

거리의 청년, 권력의 중심에 설 자격 있을까

운영자 by 운영자
2026년 05월 11일
in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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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신보다 성찰 택한 정치: 소경준 파주시의원 후보, 소외된 이들의 목소리를 담다

다가오는 6·3 지방선거, 익숙한 정치 문법에서 벗어나 조심스럽고 진솔한 태도로 유권자 앞에 선 인물이 있다. 노동당 소경준 파주시의원 후보는 거침없는 확신이 득세하는 선거판에서 자신의 자격을 끊임없이 되묻는 독특한 행보를 보인다. 이는 유명세나 당선 가능성이 아닌, 진정한 변화를 꿈꾸는 숨겨진 후보들의 이야기다. 본지는 이러한 인물들의 목소리를 찾아 동행 취재했다.

지난 4월 30일, <오마이뉴스>는 소경준 후보의 하루를 동행하며 그의 깊은 고뇌와 비전을 엿볼 수 있었다. 인터뷰 내내 “제가 정말 진정성 있는 후보가 맞을까요? 성소수자와 노동자를 대변할 자격이 있는 사람인지 저 스스로 계속 되물어요”라며 자신을 의심하는 그의 모습은, 흔히 볼 수 없는 정치인의 얼굴이었다.

침묵할 수밖에 없었던 청년 노동자의 현실

소 후보의 정치적 각성은 20대 중반, 생계를 위해 발을 들였던 건설 현장 일용직 노동에서 시작된다. 록 밴드 활동을 병행하며 고된 노동을 이어가던 어느 날, 그는 폐목재 더미에서 추락해 못에 찔리는 사고를 당했다. 하지만 산재 처리는 꿈도 꿀 수 없었다. 당시 작업반장의 ‘신청하면 이 바닥에서 일 못 한다’는 경고는, 과거 산재 요구 후 자취를 감췄던 이주 노동자의 기억과 겹쳐 그를 침묵하게 했다. 뼈저리게 경험한 노동 현장의 불합리와 ‘블랙리스트’의 존재는 그에게 깊은 좌절감을 안겼고, 점차 세상사에 무감각해지는 계기가 되었다. 국회는 번번이 차별금지법 제정에 미온적이었고, 정치권의 부정부패 소식은 끊이지 않았다. 한때 2016년 광장에서 촛불을 들었던 흔적마저 희미해질 정도였다.

광장에서 다시 찾은 ‘시민의 목소리’

세상에 대한 냉소에 빠져있던 그를 다시 광장으로 이끈 것은 2024년 12월 터진 비상계엄령 사태였다. ‘누군가 죽을 수도 있다’는 절박한 위기감은 그를 파주에서 국회 앞으로 이끌었다. 그곳에서 그는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이들이 연단에 올라 자신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특히 한 성노동자의 발언은 그에게 큰 충격과 깨달음을 주었다. “나는 그동안 너무 안이하게 살아왔구나”라는 부끄러움과 함께, 소외된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는 강렬한 사명감을 느끼게 된 순간이었다. 시민들의 연대가 결국 권력자를 끌어내리는 과정을 보며 그는 ‘목소리를 내면 세상이 바뀔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고, 이는 활동가로서, 그리고 이제 정치인으로서 살아가는 동력이 되었다.

‘누군가를 대표할 자격이 있는가’ 끊임없는 물음

사회운동을 시작한 지 이제 겨우 1년 남짓. 소 후보는 여전히 자신이 누구를 대표할 자격이 있는지 스스로에게 묻는다. 정치적 경험이 많지 않다는 그는 버스 정류장을 헷갈리고, 질문을 잊는 등 어수룩한 모습마저 보였다. 하지만 이러한 확신에 찬 어조 대신 늘 숙고하고 망설이는 그의 태도는 오히려 그의 진정성을 돋보이게 한다. 그는 “바꾸고 싶은 세상과 저를 지지해 주는 이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겸손한 의지를 밝혔다. 매일같이 정책 고민에 몰두한다는 그는 덜컹이는 버스 안에서도 파주시 상수도 문제부터 청년 일자리 정책까지 막힘없이 자신의 생각을 풀어냈다.

소 후보의 공약은 그의 삶과 맞닿아 있다. 과거 산재 보상조차 엄두 내지 못했던 자신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일용직 등 불안정 노동자들을 위한 4대 보험 및 퇴직금 보장 조례’ 제정은 그의 핵심 정책이다. 또한, 성소수자 후보로서 ‘생활동반자법 조례’ 제정을 통해 다양한 형태의 가족 구성권을 보장하겠다는 약속도 빼놓지 않는다. 그는 “모든 이에게는 자신만의 소수자적 측면이 존재한다”며,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정책이 궁극적으로 모두를 위한 길임을 강조한다.

배제된 당신의 손을 내밀어주세요

최근 파주 용주골 성매매 집결지 철거 현장을 찾은 소 후보의 모습에서도 그의 이러한 고뇌는 엿보였다. 남성인 자신이 성매매 여성들에게 혹여 불편함을 줄까 염려해 멀찍이서 현장을 지켜봤던 그는, “어떤 식으로 접근해야 할지 여전히 어렵다”면서도 “이들이 사회로부터 배제되고 억압받아 온 현실은 분명히 직시해야 한다”고 조심스럽게 견해를 밝혔다. 건물 잔해 위를 말없이 걷던 그는 “어떤 정치인이 되고 싶냐”는 질문에 한참을 침묵했다. 정답을 몰라서가 아니었다. 30분 전, 버스정류장에서 그가 던졌던 물음과 맞닿아 있었다. “내가 성소수자와 노동자를 대표할 수 있는 사람이 맞나, 그럴 자격이 있나 싶기도 하고… 제가 그들에게 정말 필요한 이야기를 내놓고 있는지 고민돼서요.”

소경준 후보의 정치적 행보는 쉽사리 단언하지 않고 끊임없이 질문하는 방식이다. 이는 타인의 존재를 쉽게 규정하려 하지 않으며, 자신의 역량조차 섣불리 확신하지 않으려는 그의 깊은 성찰에서 비롯된다. 오랜 침묵 끝에 그는 자신의 비전을 명료하게 밝혔다. “자본의 논리 속에서 우리는 너무도 쉽게 소외되고 배제됩니다. 저는 이러한 세상에서 모든 소외된 이들이 각자의 주체로서 당당히 살아갈 수 있는 정치를 구현하고 싶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거창한 선언 대신, 연대와 공감이라는 소박하지만 강력한 메시지로 유권자의 마음에 다가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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