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조작 정보 범람, 경찰 총력전에도 ‘법적 공백’·’해외 플랫폼 벽’ 난항
최근 온라인상에 근거 없는 허위 조작 정보가 급증하며 사회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울산 석유 비축 기지 원유 90만 배럴 북한 유출”, “정부 긴급재정명령 발동, 달러 강제 매각” 등 중동발 긴장 고조를 틈탄 유언비어들이 유튜브와 SNS를 통해 무분별하게 퍼지는 양상이다. 경찰 당국이 총력 대응에 나섰으나, 명확한 법적 처벌 규정의 부재와 해외 플랫폼의 비협조라는 이중 난관에 봉착하며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 수뇌부에서는 이를 ‘반란 행위’로 규정하며 엄단을 지시했고, 경제 수장까지 직접 고발에 나서는 등 허위 정보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다가올 지방선거를 앞두고 딥페이크와 AI 조작 기술을 활용한 가짜뉴스에 대한 경계심도 고조되고 있다.
경찰청은 지난해 10월 ‘허위정보 유포 등 단속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킨 이래 현재까지 319건을 수사, 132명을 검찰에 넘기고 이 중 5명을 구속했다. 중동 사태 관련 524건의 허위 정보에 대해 삭제·차단 조치를 요청하기도 했다. 또한, 서울, 경기남부 등 4개 시도경찰청에 사이버 분석팀을 신설, 허위정보 식별 및 유포 경로 추적 역량을 강화하는 등 대응 조직도 확대하는 추세다.
그러나 현행법의 한계는 명확하다. 수사 대상 319건 중 명예훼손, 모욕, 전기통신기본법 위반, 업무방해 등으로 죄명이 특정된 건 109건에 불과했다. 무려 65%에 달하는 210건은 적용 가능한 죄명을 찾지 못해 ‘기타’로 분류된 실정이다. 이는 허위 정보 유포 행위 자체를 직접 처벌할 규정이 없기 때문에, 경찰이 기존 법률의 적용 범위를 벗어나지 못하는 데서 비롯되는 한계다. 특정인 비방이나 이익 목적 입증이 필수적인 현행법 체계로는 정책 관련 허위 정보 대응에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전문가는 “처벌받지 않는다는 인식이 확산하면 사법적 무기력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며 법적 장치 강화를 촉구했다.
해외 기반 플랫폼들의 비협조 또한 큰 장벽이다. 경찰은 X(옛 트위터), 유튜브 등 33개 계정을 수사 중이지만, ‘표현의 자유’를 내세운 해외 기업들의 정보 제공 거부로 피의자 특정에 난항을 겪고 있다. 유럽연합(EU)의 디지털서비스법(DSA)처럼 협조를 강제할 법적 장치가 국내에는 부재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오는 7월 시행 예정인 ‘허위조작정보 근절법’마저 실효성 논란에 휩싸였다. 해당 법안은 플랫폼에 가짜뉴스 차단을 권고할 뿐, 이를 이행하지 않아도 강제하거나 제재할 조항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허위 정보가 불특정 다수에 미치는 파급력을 고려할 때, 입법적 보완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법적 뒷받침 없는 정부의 강력 대응 주문은 자칫 ‘구호’에 그칠 수 있다는 경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