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문고, 대구·울산 ‘취향 여행’ 지도 공개… 로컬 큐레이션 트렌드에 서점도 합류
[서울=연합뉴스] 오프라인 서점이 단순히 책을 판매하는 공간을 넘어, 지역 문화와 여행 경험을 엮는 새로운 문화 콘텐츠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교보문고는 최근 대구와 울산 지역의 숨겨진 명소와 개성 있는 공간들을 엄선해 소개하는 ‘취향 기반 여행 가이드’를 공개하며, 로컬 여행 큐레이션의 영역을 서점까지 확장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여행 정보를 찾는 소비자의 기준이 ‘어디를 갈 것인가’에서 ‘누가 추천하는가’로 변화하는 새로운 여행 트렌드를 반영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서점발(發) 로컬 큐레이션, 여행 소비의 새로운 기준 제시
교보문고가 선보인 이번 ‘로컬 발견 프로젝트’는 부산의 유명 셀렉트숍 발란사와 손잡고 기획되었다. 첫 대상 지역으로는 대구와 울산이 선정되었으며, 각 도시의 특별한 식당, 카페, 상점, 문화 공간은 물론,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명소들을 지도 형태로 정성껏 담아냈다.
교보문고 측은 이번 프로젝트가 자신만의 독특한 취향을 발굴하고, 지역 고유의 문화에 깊이 몰입하고자 하는 최근의 여행 수요를 겨냥했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서점이라는 공간이 제공하는 문화적 즐거움과 영감을 외부로 확장하고자 하는 고민에서 시작됐다”며, “‘여행의 시작점이 그 지역의 서점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한 현장 직원의 창의적인 발상을 바탕으로 책과 지역 문화, 그리고 개성 있는 공간들을 긴밀하게 연결하는 데 주력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경상도 편을 시작으로, 전국 지점의 인프라를 활용한 로컬 큐레이션 프로젝트 확대 방안도 다각도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의 홍수 속 ‘선구안’ 중시하는 여행 트렌드
업계는 이번 교보문고의 시도를 단순한 마케팅 활동을 넘어, 여행 소비 패러다임의 중대한 변화와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해석한다. 과거 관광지 정보가 포털 검색, 블로그 후기, 일반적인 가이드북에 의존했다면, 이제는 특정 브랜드나 플랫폼이 엄선한 장소를 제안하는 ‘큐레이션형 여행’이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여행자들은 단순히 많은 장소 정보 대신, 자신의 취향과 감성에 부합하는 선택지를 제시해주는 브랜드의 선구안을 더욱 신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흐름은 이미 여행 전문 플랫폼에서는 익숙한 양상이다. 하나투어는 일본 후쿠오카에서 뜨개질을 테마로 한 ‘후쿠오카 뜨개여행’ 패키지를 선보이며, 뜨개 관련 명소를 방문하고 전문 인솔자와 동행하는 등 특정 취미에 특화된 경험을 제공했다. 마이리얼트립 역시 항공권, 숙박 예약 외에 제주 요트 투어, 스냅 촬영, 지역 체험 프로그램 등 경험 중심의 현지 투어 상품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프립 또한 국내 여행 카테고리에서 지역 특화 클래스나 모임형 체험 상품을 운영하며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패션 플랫폼도 ‘도시 가이드’ 역할…확장되는 큐레이션 영역
패션업계 역시 이러한 흐름에서 예외는 아니다. 글로벌 패션 플랫폼 무신사는 ‘Digging Seoul Style Map’ 콘텐츠를 통해 성수, 한남, 명동, 홍대 등 서울의 주요 상권을 각기 다른 스타일을 지닌 지역으로 재해석하여 소개한다. 이는 패션 플랫폼이 단순 상품 판매를 넘어 도시의 쇼핑 공간과 문화적 맥락을 함께 안내하는 일종의 ‘스타일 가이드’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편, 국내 여행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관광데이터랩 자료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내국인 누적 방문자 수는 10억 390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5.2% 증가했으며, 같은 기간 관광 소비액 역시 52조 704억 원으로 5.1% 늘었다. 한국관광공사는 올해 관광 트렌드 중 하나로 ‘로컬의 재창조(Local Re-creation)’를 제시하며, 지역의 음식, 노포, 생활 문화 등 일상적 요소가 새로운 관광 자원으로 재해석되고 지역 고유의 감성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브랜드 이미지 제고와 ‘디깅 소비’ 충족 기대
이처럼 비(非)여행업 브랜드들이 지역과 여행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다루는 배경에는 ‘브랜드 이미지와의 시너지 효과’가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소비자들에게 ‘이 브랜드가 추천하는 곳이라면 믿고 가볼 만하다’는 인식을 심어줌으로써, 브랜드가 가진 안목과 취향의 가치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소비자 접점이 제품 중심에서 경험 중심으로 이동하면서, 브랜드 또한 공간과 콘텐츠를 통해 자신만의 취향을 제안하는 역할이 중요해졌다”며, “소비자들이 신뢰하는 브랜드의 추천은 여행 큐레이션을 통해 브랜드의 취향과 이미지를 확장하는 강력한 시너지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단순히 정보를 나열하는 콘텐츠보다는 특정 주제와 취향을 깊이 있게 탐구하는 ‘디깅(Digging)형 소비’를 선호하는 경향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며, “소비자에게 신뢰를 주는 브랜드와 매력적인 여행 콘텐츠가 결합할 경우, 브랜드 경험을 확장하는 것은 물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향후 비(非)여행업 브랜드들의 여행 큐레이션 상품 출시가 더욱 활발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