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를 사로잡은 도시, 부산… ‘부산앓이’ 열풍 속 역대급 관광 기록 경신
최근 대만, 일본 등 아시아권 소셜미디어에서 심상치 않은 ‘병세’가 포착되고 있다. 바로 부산을 방문한 이들이 겪는 ‘부산병(釜山病)’이다. 이 독특한 현상은 부산 방문 후 도시를 잊지 못하고 다시 찾고 싶어 하는 강렬한 열망을 일컫는다. 과거 ‘한국 여행’ 하면 ‘서울앓이’가 대명사였던 시절을 넘어, 이제 부산이 전 세계 젊은 여행객들의 새로운 그리움의 대상으로 부상하고 있다.
기록적인 방문객 수, ‘부산병’의 증거
이러한 부산의 매력은 수치로도 명확히 드러난다. 올해 1분기 동안 부산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수는 무려 102만 3,946명으로, 관련 집계 사상 최단 기간에 100만 명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는 작년 동기 대비 45% 증가한 수치이자, 부산이 명실상부한 국제 관광 도시로 자리매김했음을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다. 지난해 총 방문객은 364만 3,439명으로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으며, 국적별로는 대만(18.9%), 중국(15.4%), 일본(14.9%) 순으로 방문객이 많았다. 이들이 부산에서 소비한 금액은 1조 531억 원에 달했으며, 쇼핑이 51.9%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대만 여행 플랫폼 Kkday의 ‘2025년 대만 여행객 여행 선호도’ 조사에서 부산은 일본 오사카에 이어 해외 여행지 종합 2위를 차지했으며, 3일 이하 단기 여행지 부문에서는 1위에 올랐다. 익스피디아 재팬은 부산을 ‘가성비 해외 여행지’ 1위로 선정했고, 싱가포르 트립질라 역시 부산을 2025년 ‘최고의 도시 관광 목적지’로 지목하며 국제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곳곳에서 들려오는 세계 각국의 언어
최근 부산의 주요 관광지는 외국인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부산역 광장은 한국어는 물론 중국어, 영어, 일본어가 뒤섞인 활기찬 대화 소리로 가득하며, 역사 안 편의점, 카페, 택시 승강장까지 외국인들로 북적였다. 감천문화마을의 좁은 골목마다 한복을 입은 외국인들이 사진을 찍는 모습이 흔해졌고, 기념품 가게에는 다양한 외국어 안내문이 붙어 있다.
중국 상하이에서 온 요이(23)씨와 란(23)씨는 광안리의 아름다운 바다와 길에서 도움을 준 부산 시민들의 친절함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전하며, 샤오훙슈(중국 SNS)에서 회자되는 ‘부산병’이 무엇인지 직접 경험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관광 안내 봉사자 정모(60)씨는 작년 하루 한 척 정도 들어오던 크루즈가 올해는 네 척씩 입항하는 날도 있다며, 서양 관광객의 증가세도 두드러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부산은 바다, 산, 온천을 모두 갖춘 도시라 외국인들에게 특히 매력적”이라며, 급증하는 방문객 탓에 가이드, 관광버스, 택시까지 부족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택시 기사 임모 씨는 손님의 80% 이상이 외국인인 날도 있다며, 이례적인 현상에 놀라움을 표했다.
국제시장, BIFF광장, 서면역 일대도 활기가 넘친다. 호떡이나 어묵을 손에 든 외국인들이 거리를 활보하고, 화장품 매장 직원들은 유창한 외국어로 손님을 응대한다. 홍콩에서 온 케이시(22)씨는 부산이 물가가 저렴하고 다양한 K-뷰티 제품을 살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한 씨앗호떡 상인은 손님의 95%가 외국인이며, 최근 6~7개월 사이 방문객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전했다. 10년 만에 부산을 찾은 프랑스인 바네사(38)씨는 “예전보다 관광객이 훨씬 많아진 것 같다”며 “서울보다 현지 사람들의 삶이 더 잘 보이는 도시 같아 좋다”고 호평했다.
‘덜 피곤한 도시’, ‘가성비 여행’의 매력
외국인들이 부산에 이토록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서울과 대비되는 ‘여유롭고 느긋한 분위기’가 큰 매력으로 꼽힌다. 북적이는 대도시 서울과 달리, 부산은 ‘한국적이지만 덜 피곤한 도시’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바닷가에 앉아 멍하니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행복감을 느낀다는 대만인 애플 리우(26)씨의 말처럼, 도시와 바다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풍경은 여행자들에게 편안함과 힐링을 선사한다.
해운대, 광안리, 감천문화마을, 청사포 스카이캡슐 등 ‘인스타그래머블한’ 명소가 즐비하다는 점도 젊은 세대의 취향을 저격한다. 어디서든 그림 같은 사진을 남길 수 있다는 점은 SNS를 활발히 이용하는 MZ세대에게 특히 중요하게 작용한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여행 비용 또한 부산의 경쟁력이다. 대만 여행 커뮤니티에는 “부산에서 일주일간 머물러도 항공권, 숙박, 식비를 합쳐 1만 5천 대만달러(약 71만 원)면 충분하다”는 후기가 올라올 정도로 가성비가 뛰어나다는 평가다. 돼지국밥, 밀면, 다양한 시장 음식 등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로컬 먹거리도 풍부하여 미식의 즐거움까지 더한다.
뛰어난 접근성도 한몫한다. 대만과 일본 일부 지역에서는 2시간 안팎의 직항편으로 김해공항에 도착할 수 있어 2박 3일의 짧은 일정으로도 효율적인 여행이 가능하다. KTX 등 국내 교통망의 발달로 다른 지역을 통해 입국한 관광객도 쉽게 부산을 찾을 수 있다. 실제로 1분기 부산 방문 외국인 중 43.5%는 인천공항 등 다른 지역으로 입국한 뒤 부산을 찾았다.
지속적인 매력 발산과 ‘밈’ 문화의 확산
부산시는 이러한 열기를 이어가기 위해 ‘외국인 관광객 연간 500만 명 시대’를 목표로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다음 달 예정된 BTS의 부산 공연은 전 세계 팬들을 끌어모아 글로벌 관광객 유치의 결정적인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훈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부산은 바다와 산, 역사와 이야기를 함께 가진 독특한 도시”라며, 피란 시절 형성된 음식 문화까지 더해져 부산만의 고유한 콘텐츠를 만들어냈다고 분석했다. 또한, 2020년 국제관광도시 지정 이후 관광 콘텐츠가 정비되고 교통 접근성이 개선되면서 부산의 매력이 더욱 부각되었고, K-컬처 열풍과 맞물려 젊은 세대에게 ‘힙한 도시’로 인식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부산이 새로운 매력과 가성비, 효율성 등을 무기로 급부상하면서, 젊은 관광객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부산병 환자’라고 칭하며 도시 경험 자체를 하나의 ‘밈(meme)’으로 소비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과거 ‘좋았다’, ‘추천한다’는 일반적인 평가 대신 ‘앓고 있다’, ‘병에 걸렸다’는 과장된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해당 장소에 대한 강한 심리적 애착과 여운을 은유적으로 드러내는 방식이다. 이는 단순히 도시를 좋아한다는 수준을 넘어, 부산의 분위기와 공기에 깊이 매료되어 심리적으로 오래 머물러 있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소셜미디어에서 ‘부산병’은 하나의 놀이이자 연대 방식으로 작동하며, 비슷한 경험을 공유하는 이들 간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역할을 한다.
이 교수는 이러한 현상이 ‘기억에 남는 관광 경험(MTE, Memorable Tourism Experience)’을 선호하는 최근의 여행 트렌드를 반영한 것이라고 해석하며, 앞으로도 여행자가 도시에 오래 머물면서 그 매력을 깊이 체감할 수 있도록 관광 콘텐츠의 질적 혁신이 지속적으로 뒷받침되어야 이 열기를 계속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다와 도시의 조화 속에서 새로운 매력을 발산하는 부산이 전 세계 젊은이들의 마음을 계속해서 사로잡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