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고환율 파고, 여행 지도 재편…단거리 노선 ‘강세’ 동남아 ‘고전’
[서울=연합경제] 국제유가 상승과 고환율의 이중고가 지속되면서 국내 여행객들의 해외여행 패턴이 급변하고 있다. 항공권 가격 부담이 가중되면서, 장거리 노선보다는 일본과 중국 등 가까운 단거리 목적지로 수요가 집중되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전체 국제선 이용객 수는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동남아시아 노선은 눈에 띄게 감소하며 항공사들의 공급 재편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인천공항 국제선 이용객은 총 3,241만 명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7.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3,020만 명에 비해 늘어난 수치다.
지역별로는 단거리 노선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일본 노선 이용객은 885만 명으로 지난해보다 12.7% 급증했으며, 중국 노선 또한 582만 명을 기록하며 20%의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특히 중국 노선은 한국인 관광객 대상 비자 면제 정책과 항공사들의 공급 확대가 맞물리며 수요 회복 속도가 가속화되는 양상이다. 일본 역시 짧은 비행시간과 풍부한 노선망을 바탕으로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
반면, 베트남과 태국 등 동남아시아 노선은 역성장을 기록했다. 지난해 1~5월 863만 명에 달했던 동남아 노선 이용객은 올해 821만 명으로 4.8% 감소하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항공업계 전문가들은 이 같은 변화의 주된 원인을 유가 상승에 따른 항공권 가격 인상과 환율 변동성 확대에서 찾고 있다. 여행객들은 비용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고 비행시간이 짧은 목적지를 선호하게 되었으며, 이는 단거리 노선의 성장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항공사들은 이러한 수요 변화에 발맞춰 노선 운영 전략을 대폭 수정하고 있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불안정으로 인한 항공유 수급 부담이 커지면서, 수익성이 떨어지는 동남아 등 중거리 노선 감편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실제로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은 중동 전쟁 발발 이후 국제선 운항을 왕복 기준으로 1,100편 이상 줄인 것으로 집계됐다. 제주항공은 5~6월 국제선 왕복 187편을 감축했으며, 에어부산은 212편, 이스타항공은 150편을 줄였다. 진에어 또한 지난달 괌 등 8개 노선 45편, 이달 푸꾸옥 등 14개 노선 131편을 감편했다. 이러한 대규모 감편은 동남아시아 여행객 감소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감편과 동시에 항공사들은 수익성이 높은 일본 노선 공급을 대폭 확대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인천~도쿄(나리타) 노선을 7월 주 43회, 8월 주 46회로 증편하며, 인천~후쿠오카 노선도 7월 주 30회, 8월 주 36회로 확대한다. 부산~오사카 노선 역시 7~8월 주 17회로 늘릴 계획이다. 진에어는 지난 4월 부산~미야코지마 노선에 신규 취항했으며, 에어부산도 부산~시즈오카 노선 개설에 이어 부산~다카마쓰 노선 운항을 시작했다.
중국 노선 공급 확대 또한 지속될 전망이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4월 배분한 국제항공 운수권에는 부산, 청주 등 지방공항발 중국 노선이 대거 포함되었다. 이스타항공은 부산~상하이, 샤먼, 항저우, 베이징 노선 운수권을 확보했고, 에어부산은 부산~광저우 노선을 배정받았다. 진에어도 인천~이창 노선 신규 취항의 발판을 마련했으며, 에어로케이항공은 지난 4월 1일부터 청주~스자좡 노선을 주 2회 운항 중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국제선 유류할증료가 일부 조정되긴 했으나, 국제유가와 환율 변동성이 여전히 상당한 수준”이라며, “다가오는 여름 성수기에도 각 노선별 수요와 수익성을 면밀히 분석하여 공급을 유연하게 조절해 나갈 방침”이라고 전했다. 고비용 시대가 도래하면서 항공사들은 물론 여행객들의 선택 기준에도 큰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