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폼 콘텐츠, 알고리즘이 이끄는 여행의 새 지평 열다
[서울] 소셜 미디어의 짧은 동영상(숏폼) 콘텐츠가 전 세계인의 여행 방식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있습니다. 과거 영화나 드라마가 특정 관광지를 조명하며 대중의 발길을 이끌었다면, 이제는 틱톡, 인스타그램 등 디지털 플랫폼의 추천 시스템이 개인의 잠재된 여행 욕구를 자극하며 목적지 선정의 새로운 기준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수십 초 분량의 영상이 보여주는 매력적인 풍경이 여행 계획의 핵심 동력으로 작용하는 이른바 ‘알고리즘 주도 여행’ 시대가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방송이나 영화 촬영지를 순례하는 ‘스크린 투어리즘’을 넘어 최근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맞춤형 추천 알고리즘이 여행지 소비 패턴을 좌우하는 ‘알고리즘 투어’ 현상이 가속화되는 추세입니다. 이용자가 특정 여행지 영상을 한 번 시청하기 시작하면, 플랫폼은 해당 지역의 교통편, 맛집, 숙소, 그리고 필수 포토존에 대한 다양한 콘텐츠를 끊임없이 제안하며 여행에 대한 강렬한 충동을 유발하는 구조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통계에서도 명확히 드러납니다. 틱톡의 자체 조사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플랫폼 내 여행 관련 영상 조회수는 2021년 대비 무려 410%라는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했습니다. 설문에 응답한 이용자 중 83%는 틱톡을 통해 이전에 알지 못했던 여행지에 흥미를 느꼈다고 답했으며, 유럽 사용자 중 71%는 플랫폼의 추천을 바탕으로 휴가 예약을 고려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Z세대 여행객의 43%는 해당 앱을 통해 처음 목적지를 인지한 경우가 많아, 여행지 결정 방식 자체가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과거 여행사나 가이드북, 지인 추천이 주요 정보원이었다면, 이제는 알고리즘이 개인화된 피드에 띄우는 짧은 영상이 여행 계획의 시발점이 되고 있습니다.
영감을 넘어 예약까지, 원스톱 여행 플랫폼으로 진화
디지털 플랫폼들은 단순한 여행 영감 제공을 넘어 실제 예약 단계까지 직접 연결하는 서비스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지난 12일(현지시간) 틱톡은 미국 시장에 여행 예약 서비스 ‘틱톡 고(TikTok GO)’를 정식 출시했습니다. 이 서비스를 통해 이용자들은 여행 영상 시청, 검색, 위치 정보 확인과 동시에 호텔, 투어, 액티비티를 한 화면에서 바로 예약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기존에는 콘텐츠를 본 뒤 별도의 온라인여행사(OTA)나 항공사 앱으로 이동해야 했지만, 이제는 영상 시청과 예약이 하나의 화면에서 끊김 없이 이어지는 통합 경험을 제공합니다.
애덤 프레서 틱톡 USDS 조인트벤처 CEO는 “매일 수백만 명이 틱톡에서 어디서 식사하고, 어디에 머물고, 무엇을 할지 탐색한다”며 “‘틱톡 고’가 이러한 탐색의 순간을 관련 업체와 직접 연결하여 크리에이터, 지역 업체, 지역 사회 모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마크 판 더 린덴 부킹닷컴 파트너십 부사장 또한 “여행객들이 영상에서 꿈의 숙소를 발견하고 단 몇 번의 터치로 예약을 완료할 수 있게 되어, 영감을 잊지 못할 경험으로 전환하는 과정이 훨씬 쉬워졌다”고 덧붙였습니다.
과잉 관광과 숨겨진 명소 탐색의 딜레마
그러나 알고리즘에 의한 특정 명소로의 수요 집중은 또 다른 현상을 낳고 있습니다. 인기 콘텐츠에 소개된 장소에 관광객이 몰리면서 ‘과잉 관광(Overtourism)’ 문제가 불거지고,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숨겨진 명소’를 찾는 움직임 또한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틱톡 설경 영상으로 화제를 모았던 이탈리아의 산악 마을 로카라소에는 하루 1만 명의 인파가 몰려 당국이 긴급 교통 통제를 시행하기도 했습니다. 일본 후지카와구치코 역시 후지산과 편의점을 함께 담는 독특한 구도가 SNS에서 유행하며 전 세계적인 관광지로 떠올랐으나, 과도한 인파와 무단 횡단, 쓰레기 증가 문제로 지자체가 포토존 가림막 설치와 관광객 통제에 나서는 조치까지 단행했습니다.
국내에서는 강원 영월군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 흥행 이후 관련 SNS 콘텐츠가 쏟아지면서 올해 설 연휴에 예상치 못한 관광 특수를 누렸습니다. 영월군에 따르면 단종의 유배지인 청령포 방문객은 전년 동기 대비 5배 이상, 장릉 방문객은 7배 가까이 급증했으며, 삼일절 연휴를 앞두고는 영월행 기차표가 전석 매진되는 현상까지 나타났습니다.
카약과 틱톡이 공동 발간한 ‘2026년 미래전망(What the Future WTF)’ 보고서는 반복 노출된 유명 관광지 대신 새롭고 독특한 여행지가 빠르게 부상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실제로 틱톡 내 ‘숨겨진 명소(hiddengems)’ 관련 게시물은 전년 대비 50% 이상 증가하며 이러한 트렌드를 뒷받침합니다. 즉, 여행지 발굴 방식과 그에 따른 반작용마저도 결국 알고리즘의 영향권 아래에서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어느 곳으로 여행을 떠날지 결정하는 데 있어 무심코 스쳐 지나간 짧은 영상과 그 뒤를 잇는 추천 알고리즘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며, “최근 소도시 여행지가 급부상하는 현상 역시 소셜 미디어 내 반복적인 노출이 실질적인 관광 수요로 이어지는 결과”라고 분석했습니다. 알고리즘은 이제 단순히 정보를 제공하는 도구를 넘어, 전 세계인의 여행 경험을 재정의하는 강력한 주체가 되고 있습니다.







